극단 [예도]의 거목같은 연기자 고현주의 '1인3역'

지역 극단의 산증인, 20년 연기인생, 지금부터가 시작
주민센터 민원창구에 앉아있는 평범한 40대 중년여성

연극…평생 꿈꾸던 일

필연없는 우연은 드물다. 고 씨가 연극을 시작한 것은 대학 1학년.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은사 강돈묵 거제대학 국어과 교수 때문으로 기억한다.

국어책에 나오는 희곡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대사가 마음속에서 그려졌고 입밖으로 나왔단다. 주체할 수 없었던 끼를 소유했던 그가 극단 「예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필연이었다.

사실상 극단 「예도」의 창단 멤버인 그는 90년대에 주연을 도맡았다. '등신과 머저리' '달빛속으로' 등이 그가 주연을 맡았던 주요 작품들.

이삼우 연출가는 당시의 고 씨를 "연기력으로 외모를 극복했던 연기자"로 평가한다.

가정과 직장생활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극은…

연극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행위예술이다"고 말하는 그였지만, 더 이상 연극을 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연극과 함께 시작한 직업은 공무원. "공무원이 딴따라 한다고 얼굴을 팔고 다닌다"며 극렬하게 반대했던 가족들도 설득하는데 성공했지만, 아기를 키우는 '육아' 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것.

세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를 고집했던 시간도 10년이나 됐다. 그러나 그의 가슴 한켠에는 언제나 연극이 있었다.

가정을 꾸미고, 직장을 갖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잘하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은 연극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2011년 다시 극단으로 돌아왔고, 지난 5일 경남연극제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그가 특별하고 대단한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지역 문화예술에 예산지원 늘려야

연극인 고현주 씨는 요즘 행복하다. 연기대상을 받고난 뒤 동료 공무원들이 인정을 하기 시작했거나 알아주는 시민들이 생겨서 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엄마가 연극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마 멋있었어" "그 연극 재미 있었어" "잘했어"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칭찬을 듣는 것은 즐거움보다 더한 행복으로 다가온다.

연기생활을 할수록 아쉬운 것도 많다. 지역문화예술은 언제나 아웃사이드. 저변확대는 고사하고 그나마 시에서 지원하던 지원금마저 삭감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는 "지역에 연극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시 지원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숨기지 않는다. 거제 유일의 극단, 작품과 연기력을 인정받은 극단 「예도」의 진정한 '에이스'다운 말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 연극이고, 내게 연극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는, 뼛속까지 연극인인 고현주 씨.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슈퍼우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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