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가리키는 말은 직설적이지 않고 완곡하게 표현한다. '죽다'는 '돌아가다'는 말로 대체되는데, 이 말도 높여서 주로 '돌아가시다' 꼴로 사용된다. 또 '세상을 떠나다'라고도 한다.

별세(別世), 운명(殞命), 영면(永眠), 작고(作故), 타계(他界), 소천(召天). 죽음은 이런 말들로 표현된다. '별세'는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 '운명'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이란 뜻이다.

'영면'은 '영원히 잠들다'는 의미인데, 우리는 '죽음'을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작고'는 '고인이 되었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타계'는 '인간계를 떠나서 다른 세계로 간다'는 뜻으로, 사회적 지휘가 높고 귀한 사람의 죽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서거(逝去)'는 '죽어서 세상을 떠남'이라는 뜻을 지닌 '사거(死去)'의 높임말이다. 주로 대통령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 죽었을때 사용한다.

'소천'은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인, 개신교에서 '하늘의 부름을 받는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카톨릭에서는 '선종(善終)', 불교에서는 열반(涅槃)·입적(入寂)이라는 말로 죽음을 달리 표현한다.

이 외에 '유명을 달리하다'도 사용된다. '유명(幽明)'은 '어둠과 밝음', 곧 '이승과 저승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세상을 떠난 이들 이름 앞에는 '고(故)'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다.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여기서 '고(故)'는 '이미 세상을 떠난'이라는 뜻이다. 품사는 관형사이고 죽은 사람의 이름 앞에 쓴다. 죽음을 높이는 '별세'나 '서거'와 달리 높임의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고(故)'가 남발된다.

"13일 타계한 고(故) 박태준 포스토 명예회장",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숨진 고(故) 이청호 경사", "고(故) 이태석 신부 2주기 추모 음악회"

이처럼 '타계'하거나 '숨진'이라는 표현 다음에 '고(故)'를 붙이는 예를 쉽게 볼 수 있다. '주기(周忌)'는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주기'도 죽음과 관련된 말이다. 이때도 '고(故)'는 불필요하다.

<신문과 방송 2월호 발췌>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