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14년차' 김지영 가조진료소장

언제나 계속될 줄 알았던 그들의 눈물겨운 우정
한 소년과 보건진료소장의 '특별한 우정'
가슴 아픈, 그러나 따뜻한 겨울이야기
▲ 가조진료소에는 서른일곱 '백의의 천사' 김지영 소장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한 소년과 김지영 소장의 우정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다. 지금도 김 소장은 손자를 잃고 슬퍼하는 소년의 조부모를 매일 같이 찾아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흰가운을 입은 가조도의 천사 김지영(37) 가조진료소장과 최근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한 소년의 가슴아픈 우정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김 소장이 소년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대우병원 근무 경력 10년차 배테랑인 김지영 소장이 거제시보건소 가조진료소에 부임해 온 직후부터였다.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던 소년은 어린시절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고 주변 사람들과 전혀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가여운 아이였다고. 엄마품이 그립고 아빠 손길이 필요했던 5살배기 소년은 김지영 소장을 만나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너무도 예쁘게 생긴 아이였는데... 지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좀처럼 완성된 문장을 말하지 못했어요. 용변이 급해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그냥 화장실 앞에서 악악 소리를 지르는 식이었지요"

마음이 아픈 소년을 가슴으로 안은 김 소장이었다.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김 소장은 소년을 데려다 밥을 먹이고 말을 가르쳤다.

김 소장의 마음을 알았을까. 소년은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고 매일같이 보건소를 찾아왔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우정은 그렇게 계속됐고 지속될 줄 알았다.

조부모와 사는 5살배기 소년 마음으로 보듬어 안아
'청천벽력' 같은 실족사…못다 전한 사랑 가슴에 묻어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있어났다. 집 앞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고 놀던 소년이 차가운 바다에 빠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실족사였다.

 

"처음엔 믿기지가 않았어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요. 그 어린 아이가 차가운 겨울바다 속에서 외롭게 숨을 거둔 걸 생각하면…."

그렇게 소년을 보내고 허망한 마음을 달래며 지내던 김 소장은 하루아침에 손자를 잃은 소년의 집을 매일 찾아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로해 드렸다. 사는 게 바빠 귀한 손자 사진 한 장 찍어주지 못한 노부부였다.

소년이 누구보다 김 소장을 잘 따랐던 것을 잘 아는 할머니는 매일 보건소로 찾아와 자꾸만 손자가 꿈에 나온다며 울먹거렸다.

그런데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김 소장의 휴대전화에 소년의 사진이 두 장 보관돼 있었다.

김 소장은 소년의 사진 두 장을 사진관에 가져가 액자로 만들었다. 그리곤 할머니를 찾아가 손자가 보고 싶을 땐 이 사진을 보시라며 전해 드렸다.

며칠이 지나고 할머니는 대구 한 마리를 들고 김 소장을 찾아왔다.

어제 손자가 꿈에 나타나 '이제 춥지 않으니 할머니 울지마' 그러더라고, 이제는 손자를 가슴속으로 보낼 수 있겠노라면서 김 소장의 손을 잡았다.

"지금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매일 같이 진료소로 나오세요. 손도 잡아드리고 손자 얘기도 함께 나눕니다. 이런 작은 진료소는 마을 주민 모두가 가족이에요. 어르신들의 딸이라는 마음으로 가조도 진료소를 지킬 겁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가슴으로 다가가 사랑으로 치료하는 김 소장과 한 어린 소년의 겨울 이야기가 입춘을 앞두고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지고 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