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거제 정초 고유 세시풍습

길흉 점치던 '청참' 가내태평 빌던 '안택' 보기 힘들어
죽림별신굿 2008년 부활, 2년에 한 번 열며 명맥 유지

▲ 거제면 죽림마을에서 2년마다 개최하는 죽림별신굿의 하이라이트인 띠배놀이.

◇ 설의 명칭과 설빔

설은 음력 1월1일을 가리키며 정월 초하루, 설의 복합어인 설날, 설명절 등으로 부르기도 하며, 정월 초하루에 든 명절이라 하여 '정초 명절'이나 '정월 명일' 혹은 줄여서 '정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는 양력 1월1일과 구분하기 위해 신정과 구정으로 나눠 부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통상적으로 '설날'이라고 부른다.

설빔은 옷만을 가리킬 때 '설옷'이라 하고 옷과 장식을 합쳐 부를 때는 '설치레' 혹은 '설치리'라고 일컬었다. 한국전쟁 이전에는 솜을 넣은 무명옷을 대부분 입었으며, 70년대 이전에는 설치레로 꽃신이나 삼신, 자주댕기 등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설옷으로 기성복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한복을 입는 경우는 많이 사라졌다.

◇ 청참과 안택

청참(聽讖)은 1월1일 날이 샐 무렵 어느 짐승이 먼저 거동을 하고 우느냐에 따라 그 해의 길흉을 점치는 것을 말한다.

소가 먼저 거동을 하고 울거나 닭과 까치가 많이 울면 길조를 뜻하며, 개가 울면 흉조가 든다고 한다. 특히 까마귀가 울면 마을에 초상이 난다고 한다.

안택은 정초에 좋은 날을 택한 뒤 소원성취와 가내태평을 빌기 위해 무당·화랭이·점쟁이 등을 불러 굿을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큰 어장을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할 정도지만 길일은 1월 2, 3, 4, 15일을 많이 택한다.

◇ 설 음식

세시풍습 대로라면 설 음식은 떡과 떡국, 전이 대표적이다.

찹쌀을 쪄 절구에 넣어 찧어 만든 찰떡과 쌀가루를 콩고물이나 팥고물을 층층이 놓고 찐 시루떡이 주메뉴다. 쌀가루를 쪄 매로 쳐서 떡살로 눌러 만든 절편과 가래떡도 많이 먹는 떡 중의 하나다.

설날 차례에는 떡국을 올리고 제사를 모시기 때문에 떡국도 대표적인 음식이다. 거제지역은 바닷가라 장국거리로 육류를 쓰지 않고 대개 바지락, 게조개, 홍합, 굴 따위의 패류나 대구와 같은 생선을 쓰는 점이 내륙지방과 다른 점이다.

전은 '부낌이'라고 부르는데 주로 생선의 살을 뜬 것과 패류로 전을 굽는다. 파와 고기 등을 꼬챙이에 꿰어 전을 굽는 산적인 회양적은 규모 있는 집에서 마련한 대표적인 설음식이다.

이외에도 강정과 유과, 건어물, 해조류와 나물 등도 빠지지 않는 설 음식 중의 하나다.

▲ 거제죽림마을 별신굿이 지난 2008년 15년만에 부활해 사라져가고 있는 거제지역 정초 세시풍습의 명맥을 힘겹게 이어오고 있다.

◇ 별신굿과 매구치기

별신굿은 매년 마을 사람들이 주관하는 당산제 대신에 몇 년을 주기로 무당을 불러 행하는 마을굿이다.

최근까지 별신굿을 하던 곳은 구조라·죽림·망치·양화·수산 등 해안에 위치한 마을들이며, 대개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 사이에 택일하여 굿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거제면 죽림마을에서 2년에 한번씩 별신굿을 행하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죽림마을 별신굿은 2008년 15년 만에 부활해 행해지고 있는데 들맞이 당산굿을 시작으로 일월맞이굿, 골매기굿, 할미당굿, 선창굿, 부정굿, 가망굿, 제석굿, 선왕굿, 용왕굿 등이 이어진다.

죽림마을 별신굿은 다른 별신굿과 달리 거제 별신굿 탈놀이와 띠배놀이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민들의 협동심과 단합이 중요한 띠배놀이는 별신굿의 대미를 장식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라고 한다.

매구치기는 정초에 마을 사람들이 풍물패를 조직해 풍물을 치고 축원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매구친다'거나 '집돌량친다' 또는 '지신밟는다'라고 칭했다. 마을의 당산과 동사(洞舍), 공동우물, 선창 등을 찾아가서 친 뒤 가정을 돌며 풍물을 치고 축원을 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윷놀이와 널뛰기, 연날리기 등 다양한 놀이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세월의 흐름 속에 '추억'으로 묻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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