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희망은 있다…거제시민의 '힘'

고발장이 서울로 올라간 이유 - '전쟁의 서막'
"거가대교 부실시공 각종 의혹, 밝혀지는 그날까지…"
▲ 거가대교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월 17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가대교에 대한 국민감사를 통해 사업비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겨울 날씨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거가대교 가덕휴게소에 열 명 남짓한 장정들이 모여들었다.

그들 중에는 거가대교 의혹을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제기한 김해연 도의원도 눈에 띄었고, 거제경제정의실천연합(거제경실련)의 박동철 대표도 있었다. 거제를 비롯해 부산과 서울의 경실련 관계자들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 뒤였다.

보기 드물게 휴게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참석자들은 곧 기자회견 안내 펼침막을 들고 거가대교 민자사업자의 9,000억 원대 부당이득금 국고 환수와 통행료 인하를 촉구했다.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도로를 둘러싸고 벌이는 '전쟁'의 서막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서울중앙지검까지 올라가 고발장을 접수했을까? 툭하면 서울까지 고발인조사를 받으러 가야하는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까운 창원지검이나 부산지검이 아닌 서울지검에 제출한 이유가 있었을까?

"거가대로 접속도로 부실시공 등 명백한 법적 근거를 갖고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각종 의혹을 조사해 달라고 고발했지만, 결국은 무혐의가 나왔다. 무혐의 사유에 대해서도 고지의무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거제경실련 박 대표의 사법당국에 대한 불신은 컸다.

△거제경제정의실천연합 박동철 대표
감사원 감사에서도 문제점이 확인됐지만, 통행료 인하를 권고했을 뿐 검찰고발 등의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 마디로 '꼭지'가 돌았다.

석달 넘게 준비한 160장 분량의 고발장 '보따리'는 그래서 창원지검이 아닌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다. 본격적이고 강도 높은 수사가 기대됐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구랍 28일, 연말을 사흘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은 거제경실련 박 대표는 조사 도중 찾아온 수사과장이라는 사람의 말이 신경에 거슬렸다.

"멀리까지 오지 말고 부산지검으로 이첩할 테니 그렇게 하시죠?"
"안됩니다. 지방에서 이뤄지는 조사를 믿지도 못하겠고, 또 서울의 경실련 전문가 집단이 법적 논리와 근거를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서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이첩될 수도 있으니 이해하세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대표적 피고발인이면서 사업시행자인 GK해상도로(주)에서야 부산지검으로의 이첩을 환영할 일이지만, 고발인 입장에서는 또 한 차례 사법부에 건 기대를 접어야 할 지 모르게 됐다.

뿐만 아니다. 민간사업자가 손해 볼 사업은 안 한다고 단정했을 때 관련자 사법처리를 고사하고 '부당이득금' 환수나 통행료 인하도 어려워질 수가 있다.

그래서 지난달 13일 발족한 '부산·거제 거가대교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부산지검으로 이첩할 경우 강력한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어쨌든 고발인들은 앞으로 7~8회 정도 더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법정 공방의 끝이 언제일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의롭고 외로운 싸움은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