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걷고 싶은 길, 거제 숨은 비경을 찾아서 3 함박금 십리 길

마을 곳곳으로 뻗어나 있는 샛길에서 여유를 찾고
칠백 리 굽이치는 리아스식 해안에 마음을 뺏기다

바다를 품은 해안선 따라 수채화에 물든 에메랄드빛 수줍음이 연두빛 수목과 함께 기분 좋은 설렘을 전한다.

해안선의 경계를 따라 걸으면 섬과 섬이 가두고 있는 바다를 만나게 되는 곳. 직접 바다에게 손 내밀지 않으면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 그 섬보다 고요한 바다를 보면 일상을 털어내고 편안한 휴식과 자유의 시간에 흠뻑 취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든다.

한 낮, 도로 위를 달리는 시끄러운 차에 시달리고 일상에서 지치고 식상해졌다면, 무작정 휴식을 찾아 떠나야 한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함박금 십리 길'이다.

함박금은 거제 해안선을 따라 발길을 돌리지 않으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장소다. 동부면 오망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송을 지나 함박금마을이 나온다.

'함박금 십리 길'은 거제 칠백리 굽이치는 리아스식 해안의 절정을 만끽 할 수 있는 3.6km에 달하는 소박한 길이다. 특히 이 길을 걸으며 만나는 바다는 '바다'라는 표현보다는 '섬 속에 갇힌 호수'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다.

처음 시작하는 길은 언제나 설레임으로 가득하지만 함박금은 처음부터 소박하다. 더구나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날 정도의 좁은 길은 드라이브 보다는 걷기가 훨씬 수월해 보인다.

쪽박금·함박금 일주도로라고도 불리는 함박금은 거제대륙(?)의 작은 반도인 셈인데 거제 본섬과 한산도·추봉도에 갇혀 있는 바다가 일품이다.

특히 바다 위 안개라도 자욱 피어오르면 이곳은 곧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이곳은 안개가 유난스럽다. 실제 함박금의 지명은 안개와 연관이 깊은데, 길고 가늘게 땅 끝의 안개가 함지박의 형상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함박금(含朴金)이라는 지명이 붙게 됐다고 한다.

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 양식장이 많이 눈에 띈다. 하얀 부표가 정렬돼 있는 모습과 그 사이로 무동력선을 타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함박금 십리 길을 걷는 추억은 소박함과 여유로움이 특징이다. 특별한 패키지가 있는 관광도 아니고 엄청난 시설이 있는 곳도 아니지만 걸으며 넉넉한 자연을 느끼는 일에 익숙한 곳이다. 하지만 한번 걸어보면 거제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곳이 이곳이다.

서로가 자연을 즐기기 위해 찾은 길이니 더럽히거나 훼손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곳은 그러기 전에 가장 때 묻지 않은 여유로움이 숨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함박금 십리 길은 그 어느 곳 보다 여유라는 이름과 어울린다. 아니 길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든다. '장관', '절경'이 길 가운데 나타나면서 고개를 넘고 모퉁이를 돌때마다 빼어난 풍광들이 널려있어 어느 곳 하나 아쉬울 게 없는 것이 이곳이다.

느리게 걸으면서 작은 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해안선을 따라 푸른 나무와 수풀 아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바다 풍경에 젖어 보자. 마주 오는 사람들이 눈인사를 건넨다. 길을 찾는 사람 모두가 주인이고 손님이다. 상품도 아니고 잠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지도 아니다. 편한 신발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차분히 발끝을 맡기면 된다.

특히 길을 걷다 보면 여기 저기 아담한 팬션과 민박이 있고 또 샛길이 숨어 있다. 여기서 놓치지 않아야 할 곳이 함박금 십리 길의 샛길이다. 호기심 가득 함박금과 쪽박금 마을 곳곳에 뻗어 있는 샛길로 발길을 돌리면 아직 문명에 때 묻지 않은 바닷가를 만나게 된다.

함박금 길을 한번 찾아 걸었던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커다란 시련이 찾아오게 된다. 다시 걷고 싶은 충동과 찾고 싶은 충동이다. 함박금 십리길은 한번 걸어본 사람은  또 걷고 싶어 찾아오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함박금 십리 길의 시작과 끝나는 지점이 같은 것처럼 다시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마력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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