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 ①

타는 목마름, 세계인구 40% “마실 물이 없어요”
최악의 가뭄 겪은 태백시, 노후관로 교체는 요망

▲ 지난해 봄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받은 강원도 태백시 소록골 주민이 생활용수를 받고 있다. 이 마을은 고지대에 위치해 상수도 관로가 매설돼 있지 않아 주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컸던 지역이다.

◆세계는 지금 물 부족 경보 발동

2009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수자원 부도사태’라는 생소한 단어가 제시됐다. 수자원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경제성장과 인구급증으로 인한 수자원 수요 증가로 수자원부도사태의 보편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로 인해 2025년에는 전 세계 곡물생산량의 30%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OECD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2025년에는 52개국 30억명의 인구가 물 부족을 겪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상도 나온 상태다.

현재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는 이미 3억명이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2가 물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물 부족이란 무엇일까? 물 부족이란 사람들이 먹고, 쓸 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세계인구의 40%를 구성하는 80여개국이 심각한 물 부족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요르단강 유역 국가들은 사막개발에 따른 관개면적 급증으로 물 없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물 풍요국가로 유명한 미국 역시 지하수 과잉이용으로 인한 지반 침하로 캘리포니아주, 애리조나주, 네브래스카 주 등은 이미 물 부족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또 중앙아시아 아랄해의 경우 기후변화 등의 문제로 저수량이 1960년대 대비 30%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중국 및 인도 역시 급격한 사막화와 지반 침하로 인한 물문제로 곡물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UN 등 국제기구는 전 세계적인 물 사용량 급증으로 이 같은 물 부족 문제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물의 수요는 지난 1950년대와 1990년대 사이에 3배 가량 증가했으며, 앞으로 35년 이내에 또다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OECD 등 국제기구는 21세기를 ‘물 전쟁시대’로 예견하거나, 석유보다 중요한 자원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태백시청에서 가뭄대책 브리핑을 듣고있는 공동기획 취재단.

◆최악의 가뭄 겪은 강원 태백시

2008년 겨울부터 지난해 봄까지 가뭄의 고통을 혹독하게 겪은 곳이 강원도 태백시이다. 당시 태백시는 지난해 1월6일부터 4월2일까지 87일간 제한급수를 실시했다.

하루 3만t을 공급하던 용수를 30% 줄인 9000여t으로 제한했다. 또 불과 10일 만인 15일부터 물 재해 초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하루 공급량을 평소의 50%에 해당하는 1만5000t으로 줄이며 하루 3시간 제한급수를 단행했다.

특히 태백시중에서도 고지대는 수압 탓에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곳이 속출했다. 이 때문에 저지대와 고지대 주민 간, 아파트 고층과 저층 주민 간에 분란이 일기도 했다.

태백시민들은 목욕은 물론 취사·화장실 용수마저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타 지역 친척집을 찾아 잠시 사태를 모면하려는 이들도 있었고, 심지어 아예 다른 시·군으로 이사하는 시민들도 있었다고 한다.

가뭄의 고통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 것은 아름다운 나눔이었다. 전국에서 300만병의 물병 무료지원이 줄을 이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을 때 대한민국 국민들은 태백시민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었다.

태백시도 지난해 6월 고지대에 위치해 피해를 많이 보았던 상장동에 물 공원을 조성했다. 또 높이 13m 크기의 대형 물방울 모양의 스테인리스 구조물을 만들고 당시 전국에서 보내온 1만5,000개의 물병을 빼곡하게 채워 넣어 고마움을 기억하고 있다.

▲ 태백시 청솔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가뭄의 고통을 설명하고 있다.

◆빗나간 강우량 예측, 높은 누수율이 재난 키워

태백시의 물 부족 원인은 태백에 원수를 공급하는 광동댐에서 충분한 물을 보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용수댐으로만 사용하던 광동댐을 홍수조절용 댐으로 용도를 바꾸기 위해 보강공사를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2008년 9월까지 40여 차례의 시험 방류로 댐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다. 여기에다 9월 이후엔 비가 내리지 않아 담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였다. 광동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의 빗나간 강우량 예측이 용수공급 부족을 초래한 것이었다.

그러나 가뭄의 근본적인 원인은 태백시 상수도의 높은 누수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007년 기준 태백시의 상수도 보급률은 98.6%. 반면 유수율(물이 손실없이 가는 비율) 은 39.4%로 전국 평균 유수율 81.1%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강원도 평균 65.9%에 비해서도 26.5%포인트나 낮다.

이는 높은 누수율에서 기인한다. 태백시의 누수율은 46%에 달한다. 전국평균 누수율 12.8%에 비해 3.6배, 강원도 평균 22.2%보다도 2배나 높다. 또 강원도내 18개 시·군 중 화천군(49.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결국 노후 상수도관에서 흘러나가는 막대한 량의 수돗물이 태백시민들의 고통을 가중 시킨 것이다.

가뭄 이후 태백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절수와 수돗물 재사용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관로 교체가 기존 관로의 노후화 추세보다 늦어 누수율이 지속적으로 늘기에 주민들만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

함억철 태백상의 사무국장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높은 누수율을 알고도 관로 교체에 예산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며 “기본적인 식수와 전기 등의 공급은 국가에서 책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 태백시 상장동에 조성된 물공원 조형물.

◆물부족, 사회적 공론화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인 973㎜보다 많은 1,283㎜.

그러나 국토의 70% 정도가 급경사의 산지로 이뤄져 있고, 강수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됨으로써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가 물의 효용성이 낮은 대표적인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게다가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지나지 않는다.

기상 이변 등으로 인해 강수량 변화가 있을 경우 심각한 물부족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자원경제정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연간 국내 수자원 총량은 1,276㎥로 이중 하천 유출량이 731㎥를 차지하는 반면 일반 손실량이 543㎥로 전체의 43%에 달하고 있다.

권형준 수자원정책연구소 박사는 “국토의 65%가 산악지형인데다, 하천의 경사가 급하고 강수가 빠르게 유동된다는 우리나라 수자원 특성 때문에 풍부한 강우량에도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여름철 강우가 집중되는 계절적 특징도 이에 한몫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겸훈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장은 “물 부족을 양적인 확대로만 해석할 경우, 수자원 고갈 및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환경 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물 문제에 대한 정부 및 사회의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공론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