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시간 먹이활동, 오염원 차단 시급

예로부터 마을 수호신으로 숭상, 인기척에 민감

▲ 지난 10월 중순 거제를 찾아 월동에 들어간 황새의 모습

지난 15일 거제지역 모처. 물위에선 청둥오리가 한가로이 노닐고 쇠백로와 왜가리가 먹이를 찾고 있는 시냇가에 황새가 고고한 자태를 드러냈다.

새하얀 깃털에다 다른 새들보다 월등하게 큰 몸집. 검은 부리에 검은 날개깃이 흰 무명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두른 단아하면서도 고고한 우리네 여인의 모습과 흡사하다.

한껏 차가워진 날씨에도 물속에 발을 담그고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다. 넓은 보폭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던 황새가 순간 몸을 멈췄다.

한 곳을 응시하던 황새가 재빠르게 부리를 물속으로 쳐 박는다. 큼지막한 물고기가 부리에 걸려 퍼득거린다. 부리를 하늘로 향하자 순식간에 물고기가 황새 목구멍 속으로 사라진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물고기 사냥이 끝났다. 황새의 시선이 다시 물속에 고정된다.

▲ 먹이사냥에 나서 물고기를 잡고있는 모습

먹이가 제법 많은 듯 연신 물고기를 낚아 올려 뱃속으로 집어넣는다. 30분 넘게 유유히 물속에서 먹이사냥을 하던 황새가 물가로 날아올랐다. 긴 부리로 깃털을 매만지며 주변을 응시한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황새가 다시 물속으로 향한다. 황새 옆으로 왜가리가 날아든다. 첫 만남이 아닌 듯 사이좋게 먹이사냥에 나선다. 그렇게 황새의 먹이사냥은 두 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지난 10월 중순 황새를 최초로 발견한 이모씨(45·고현동)는 “황새를 직접 본 순간 내 눈을 의심했었다”며 “너무 신기했고, 거제에도 황새가 산다는 생각에 숨이 막힐 정도로 흥분했었다”고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황새를 발견한 뒤 1주일에 한 번 이상 관찰에 나섰다는 그는 10년 넘게 거제는 물론 전국 각지를 돌며 새들을 관찰해 오고 있는 마니아.

이씨는 “이 새가 거제에서 둥지를 틀고 텃새화 됐으면 아주 좋겠다”면서 “길조로 알려진 황새가 우리지역을 찾은 만큼 내년에는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황새가 찾아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거제가 청정지역이라는 반증”이라면서 “이 새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보호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 최유성 연구원은 “겨울철에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황새는 특별히 둥지를 짓지는 않는다”며 “이 개체의 경우 먹이활동을 하는 인근 숲의 나뭇가지 위나 갈대밭 모래둔덕에서 잠을 잘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최 연구원은 “철새인 황새는 사람들의 접근에 매우 민감한 편”이라면서 “두 달 가량 거제에서 지냈다는 것은 그만큼 활동에 방해를 받지 않는 좋은 환경이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70~80년대 낙동강하구언에서 황새가 발견된 것이 있었지만 독극물에 중독돼 죽었다는 기록만 남아있다”며 “황새가 월동하는 지역의 수질과 먹이성분 등을 분석하고, 먹이활동을 하는 지역이 오염 되지 않도록 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텃새였던 황새는 마을의 큰 나무에 둥지를 틀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대접을 받았으며 암수의 좋은 금슬은 가정의 화목을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알려졌다. 또 예로부터 복을 준다는 길조로 여겨져 관복, 자수, 연하장 등에 그려져 사랑을 받아왔다.

조선 후기 정약용(丁若鏞)이 편찬한 사전 ‘물명고’에 따르면 다른 새들에 비해 다리가 늘씬하고 키가 크기 때문에 큰새란 뜻인 ‘한새’로 불렸다는 것이 황새의 어원으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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