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병원 위기는 지역민 건강권 위협과 ‘일맥상통’

부산지역, 민간주도 협의회 창립으로 의료 난국 타파 모색
의료인과 지자체 공동 협력해 다양한 대응 방안 마련해야

자금력 앞세운 서울 대형병원과 경쟁 “꿈도 못꿔”

부산지역, 민간주도 협의회로 지역병원 길 찾기

부산지역에서는 민간 차원에서 지역병원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07년 창립된 (사)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그것이다.

협의회는 부산권 의료계의 경쟁력 제고, 하나로 어우러진 의료산업의 성공모델 제시, 원스톱 의료관광 시스템 개발 등 부산 의료계의 발전 대안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아 현장에서 접목시킨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부산일보를 주축으로 대학병원·의사회·약사회·한의사회 등 지역 의료계를 총망라한 협의체가 구성되자 부산시에서도 의료산업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협의회는 부산지역의 우수한 의료진 홍보에서부터 개별 의료기관이 추진하기 어려운 교육프로그램 개발·위탁교육, 지역 의료계의 정보교류, 의료산업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지역병원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의료인ㆍ시민ㆍ자치단체가 지혜 모아야 할 때

거제시보건소에 따르면 2009년 8월말 현재 거제지역 내 의료기관은 모두 175개소(표 참조). 종합병원 2개소와 병원급(병원·요양병원·치과병원) 9개소, 의원급(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164개소가 지역 의료를 책임지고 있다.

2006년말과 비교하면 병원급은 5개소가 늘었고, 의원급은 16개소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으로는 꾸준한 성장세가 지속됨을 알수 있다. 시보건소 관계자는 “꾸준한 인구 증가와 높은 소득수준으로 개원의들이 꾸준히 거제를 찾고 있어 당분간 의료기관 개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양적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역의료기관의 도심편중화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병·의원이 몰려있는 고현동과 옥포동, 장승포동 지역을 제외한 일부 면 지역은 의료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부면과 하청면, 둔덕면은 일반 병·의원이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어서 이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 밖에 없다.

유총일 거제백병원장은 “현재의 낮은 의료수가 체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면지역에 병원을 개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큰 명제도 결국 병원의 경영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지역 의료계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병원 간 경쟁에만 몰입해서는 멀지않은 시기에 큰 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건호 거제백병원 대외협력팀장은 “거제지역 의료계가 지금부터라도 타 지역 의료계와의 경쟁에 대비하고, 지역 환자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성세 대우병원 총무팀장은 “지역병원의 위기가 지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지역 의료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의료인ㆍ시민ㆍ자치단체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지원 노력 있어야”
이철주 대우병원장

▲서울대형병원 선호추세에 대한 생각은.
=지역 1·2차 병원은 크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지역 2차 병원인 대우병원과 백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서울이나 타지역 대형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순서다. 병원을 옮길 경우 환자들은 자신을 간병할 수 있는 가족이 있는 지역을 선호한다. 자녀들이 서울에 있는 경우가 많아 서울로 가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지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병원의 노력은.
=병원 자체적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지역민의 건강권을 생각한다면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의 경우 응급처치가 가능한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혈관 조형장비가 없어 소중한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 수십억을 호가하는 장비를 보유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거제시민들이 좀 더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현실적 도움이 꼭 필요하다. 이와 함께 병원자체의 역량을 키우고 과감한 재투자에 나서야 한다. 또 지역민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직원친절교육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로써의 역할과 과제는.
=지역 종합병원으로써의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운영하고 있다. 대형재난에 대비한 처치, 후송 등의 대비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제대로 된 인력운영을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와 장비구축을 위해서는 국가지원이 좀 더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거가대교 개통이후 거제지역 의료계의 변화는.
=상권과 주거, 교육 등에 큰 변화가 있겠지만 지역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본다. 물론 안과와 피부과 등은 어느 정도 데미지가 있을 수도 있다. 현재 거제지역의 경우 외지로 빠져 나가는 환자는 거의 다 빠져나간 상태여서 거가대교가 개통 되더라도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다. 자연환경이 좋은 만큼 대규모 노인병원과 요양병원이 들어설 가능성 있다.
  
▲대우병원의 성장방향은.
=조선산업 경기변화와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 변수가 많지만 지역종합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의료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 또 지역 산업체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춰 나갈 방침이다. 시설확충(건강검진센터, 산후조리원, 헬스클럽, 웰빙센터 등)과 질병예방 차원에도 만전을 기하겠다.


“시민 신뢰회복이 급선무”
유총일 거제백병원장

▲현재 거제지역 의료계 상황은
=시민들이 지역 병원을 믿지 못하는 문제가 가장 크다. 간단한 수술도 지역병원이 아닌 타 지역 병원에서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 같은 신뢰의 문제를 시민 탓으로만 돌릴 수 는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의료진 수급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 좋은 의사들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백병원은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고려대 등 대학병원 출신 의사들이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자신의 건강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토착민이 아닌 지역민들의 경우 자신의 고향으로 수술을 받으러 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지역 의료기관 편중문제, 대안은.
=경영상의 문제가 가장 크다. 현재의 높은 인건비와 낮은 의료수가 체계에서 면 단위에 병원을 개원한다는 것은 ‘짚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결국 정부와 지자체에서 병원측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지역 의료계의 협력체계 운영에 대한 견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물론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나눌 수 있는냐는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도 선뜻 대답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각 병원이 처해있는 현실에서는 힘에 부치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거가대교 개통 이후 거제지역 의료계 변화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타 지역으로의 환자 유출문제 등은 현 시점이 정점이다. 때문에 거가대교가 개통되더라도 지역환자의 대규모 이동은 없을 것이다. 다만 간호원 확보 등의 문제가 대두 될 것이고 현재의 높은 인건비 문제가 계속된다면 경영상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직원 급료 맞추기에 급급하다 보면 병원에 대한 투자는 점점 위축될 것이다.     

▲백병원의 성장 방향은.
=우수한 의료진과 최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받는 병원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 물론 시민들의 신뢰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걸리겠지만 직원 전체가 몸으로 부딪히며 이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 또 종합검진센터의 적절한 운영과 노인타운 건설 등으로 시민복지에 이바지하는 병원으로 자리매김 하겠다.

 

“원활한 협진체계 구축이 대안”
박진홍 거제시의사협회장

▶병·의원 증가에 따른 지역 의료수준 발전 정도는.
=90년대 초에 비하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본다. 훌륭한 의료진과 병상 수 증가뿐만 아니라 방사선 특수장치를 제외한 거의 모든 최첨단 장비들이 갖춰진 상태다. 특히 신지식을 익힌 젊은 의료진들이 지역에 많이 포진해 있어 전체적인 의료의 질을 높이는데 한 몫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민들의 의료불신 초래 이유와 대책은.
=지역민들의 잘못된 선입견이 가장 큰 문제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에서의 경쟁에서 도태된 의사들이 거제를 찾는다는 좋지 않은 인식이 팽배하다.
또 좁은 지역사회이다 보니 소위 출처불명의 나쁜 정보들이 빠르게 전파된다는 점도 지역민들이 지역의료를 불신하게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결국 의료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만이 지역민들의 지역의료에 대한 불신을 씻어버리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거가대교 개통 이후 거제지역 의료계의 변화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전체적인 환자 수는 조금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 중증질환 환자들의 경우 전문적인 검사를 받기 위해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이 더 잦아질 것으로 보여 1차 병원보다는 2차 병원의 타격이 조금 더 클 것 같다. 또 의료서비스를 목적으로 거제를 찾는 의료인구도 거의 없을 것이다. 특화병원이 생긴다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서울지역 초대형병원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점.
=의료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등을 서울지역 대형병원이 싹쓸이 하면서 그 여파가 지역의료계에 미치고 있다.
좋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병원 경쟁력 저하와 경영의 악화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대형병원으로의 인력 쏠림 현상이 가속화 돼 지역병원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신도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의사협회 차원의 위기대처 방안은.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친절서비스, 위생문제, 최첨단 의료장비 도입에 대한 투자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또 의사협회원들 간 원활한 협진체계 구축도 대처방안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국가는 물론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도움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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