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수도권 집중화, 지방병원 생존법은?

막대한 자본 앞세운 서울 대형병원, 지역환자까지 싹쓸이
지역병원, 병상가동율 감소와 의료인력 수급 문제 ‘이중고’

대한민국의 중심은 서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가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의료분야도 마찬가지다.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대형병원들이 서울에 집중되면서 지역 소규모 병원들은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교통의 발달로 지역 의료소비자들의 서울 대형병원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 고도의 기술과 다수의 임상경험, 최첨단 장비가 필요한 수술에서부터 건강검진, 감기환자까지 서울로 몰려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지역의료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역사회가 건강하게 자생하기 위해 의료와 교육문제는 꼭 해결해야만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이에 본지는 지역 주간신문 4개사(군포신문, 나주신문, 광주시민의소리, 자치안성신문), 지방 일간신문 5개사(강원도민일보, 경상일보, 영남일보, 전남일보, 한라일보)와 함께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지역병원 실태와 생존방안’이라는 주제로 공동기획취재를 진행했다.

이번 기획보도를 통해 본지는 현재 우리나라 병원의 실태와 지역병원의 위기 진단, 생존을 위한 지역병원의 혁신 사례, 거제지역 병원 현황과 지역 의료계의 발전 대안 등을 제시한다.

대학병원 50% 서울 집중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최신설비와 전문의를 확보한 대형병원들이 서울에 집중되면서 의료소비자들의 서울병원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다.

병원경영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자금난으로 도산하는 지역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한병원회 내부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병원의 부채비율은 2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을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종합전문병원(대학병원)은 2% 증가한 반면, 종합병원은 13%, 일반병원은 32% 늘어났다. 특히 요양병원은 346%나 급증했다. 

전체적인 병원수의 증가로 2004년 1,253개였던 병원이 2008년 6월 현재 2,075개로 65%나 늘었다. 의료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종합전문병원 수는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요양병원과 일반병원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특히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정부의 지원 하에 요양병원의 양적 팽창이 눈에 띈다.

200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의료기관 분포현황에 따르면 종합전문병원(대학병원)의 50%가 서울에 집중돼 있고, 중소병원(종합병원+병원)은 서울에 15%, 지방에 85%가 위치하고 있다.

대형 종합전문병원의 서울 집중화 현상에 따라 환자쏠림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악화로 도산하는 병원은 중소병원과 요양병원, 개인병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병원협회 내부자료에 따르면 2005년 286개소였던 종합병원의 경우 2007년 308개소로 22개소가 늘어났지만 도산한 병원은 10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반병원의 도산율은 상당히 높다.

2005년 907개소에서 2007년 1,029개소로 늘어난 일반병원의 경우 도산한 병원은 2005년 70개소, 2006년 54개소, 2007년 94개소 등 3년 동안 218개소에 달한다.

특히 2007년 도산율은 9.1%로 일반병원 10곳 가운데 1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도 일반병원과 차이가 없다. 2006년 193개소에서 2007년 560개소로 급격히 증가한 요양병원은 2006년 17개소, 2007년 54개소가 도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 중소병원들의 경우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감소로 큰 경영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의료소비자들의 서울 대형병원 선호가 지속될 경우 지방 중소병원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뻔하다. 이렇게 된다면 지역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지역의료의 질은 더욱 하락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병상가동률 감소·의료인력 부족이 부도율 높여

일반병원의 부도율 증가는 병상가동률 감소와 의료인력 수급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권영욱 대한중소병원협회장은 “종합전문병원(대학병원)들이 규모의 경제를 표방하며 수도권에 병상 수를 늘려감에 따라 일반병원의 병상가동율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 의료인력 부족도 부도율을 높이는 한 원인”이라면서 “인건비가 총 매출의 50%이상을 차지하는 일반병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지역병원의 노후화된 시설과 장비, 낮은 서비스 질이 의료환자의 서울 이동을 더욱 부추기고 있으며 KTX 등 교통수단의 발달도 환자의 이탈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영욱 회장은 “서울에 비해 부족한 지역의 문화·교육시설 때문에 의사들의 지방 선호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의료인력 자원의 잦은 교체와 부족현상이 한시라도 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대형병원 막대한 자본력 앞세워 지방환자 흡수

우리나라 병원 가운데 BIG 5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삼성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병원, 성모병원은 막대한 자본력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수도권은 물론 지역환자까지 쓸어 담고 있다.

아산병원의 경우 지난 1995년 2,000병상을 넘어섰다. 성모병원도 올 3월 2,000병상을 돌파했다.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최첨단 시설과 전문의, 한 차원 앞선 서비스를 표방 하는 이들 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며 지역 중소병원들의 도산율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승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전국 2,000여개의 병원 가운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중소병원이 대안 가운데 하나이다.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묶어 그 지역 안에서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왕준 인천사랑병원장은 “지방 중소병원의 붕괴는 지역보건의료체계의 붕괴를 의미하므로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방거점병원제도의 정책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3차 대학병원을 대체할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 심혈관센터 등 접근성과 기동성을 높이는 의료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홍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대형 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중소형 병원은 특화된 의료과목을 중심으로 우수한 기술을 특화시켜 치료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정책적으로는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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