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복 자향한의원 원장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난 ‘4월 4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치료하지 않으면 싸이코패스가 된다’, ‘싸이코패스 예방은 ADHD의 치료가 중요하다’는 유(類)의, 필자가 느끼기엔 다소 선정적인 제하(題下)의 기사가 최근 여러 중앙지에 보도되었다.

수년 사이 ‘ADHD’는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 가지는 질환으로 떠올랐고 ‘싸이코패스’는 유영철건과 같은 강력 사건으로 인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말이되어, 이 두 가지를 연관시켜 놓으니 좀 자극이 강렬하다.

이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주변에 흔히 보일 정도로 늘어났고, 자칫 사회 통념상 오해하기 쉬운 정신과 관련된 질환인데다가 주로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이 앓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라도 더욱 조심해서 다루어야 할텐데 말이다.

최근의 여러 기사를 보면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조사에서는 서울시내 19개 초·중·고교 학생 2,664명의 정신건강 역학 조사를 실시해서 35.8%가 정신장애를 일으키는 자극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의 자극)에 한 가지 이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불안장애와 기분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품행장애 등이 나타났으며 초등학생의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비율이 15%나 되는 것으로 조사났다.

ADHD의 경우 아직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뇌의 전전두엽의 문제, 유전적인 문제나 환경적인 문제(납·수은 중독), 미숙아나 출산시의 문제 등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인류학적으로는 원시시대에 사냥을 하고 동물에 의해 습격당하던 습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연구도 있다.

후천적으로는 인터넷 중독의 경우 50% 이상에서 ADHD를 가지고 있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구들은 우리가 처해있는 여러 환경(인터넷, 오염, 충동적이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이 이러한 성향을 더욱 촉발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중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소개하고 싶은 독특한 관점은, 인간이 이런 충동적이고 부주의하면서 산만한 본성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한 때는 생존에 있어 유용한 측면이었다는 것이다. 인류의 선조는 나무 위에서 살다가 육지생활을 시작하고 수렵을 하면서는 육식동물의 먹잇감이 되기 쉬운 나약한 존재였다.

원숭이보다 털이 덜난 두 발로 걸어다니는 ‘벌거벗은 원숭이’였을 뿐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지금과 같이 한 곳에 집중하거나 잠을 깊이 자거나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공격적이지 못하면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 쉽다.

이 관점에서는 인간을 ‘수렵형 인간’과 ‘농경형 인간’으로 나누는데 ADHD의 공격성, 산만, 충동성은 수렵형 인간의 특징이고 현대에 우리가 선호하는 인간형은 농경형 인간(즉 유순하고 집중을 잘하고 정돈된 인간형이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인간이 한 곳에 정착하면서 농사를 짓고 곡식이 익기를 기다리면서 부지런하고 집중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던 오랜기간을 거쳐서 형성된 것들로 보고 있다.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수렵형 인간의 성향을 많이 가진 사람이 40-50분 동안 딱딱한 책상에 꼿꼿이 앉아 떠들지 않고 칠판만을 바라보면서 주의집중을 한다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아직 이성적인 자제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아이일 경우에는 더할 것임에 분명하다. 또 그 아이의 입장에서는 산만하다고 제제를 받는다면 한켠 억울하고 왜 처벌을 당하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획일적으로 농경형 인간으로만 개종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성향을 창의적으로 잘 개발하거나 아이에 맞는 좀더 활동적인 교육 모델을 개발할 것을 권고한다.

이와 같은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여러 문제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같고 다름’을 인정하는지 아닌지의 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더 넓게 받아주고 이해해 준다면 정신 건강의 문제는 그리 걱정해야 할 거리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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