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꽃

돌쇠야 안녕? 난 하늘이라고 해.
널 처음 볼 때 “참 착하구나” 했어.

넌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무를 팔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 심부름도 하잖아.
너 정말 대견스뤄워. 왜냐하면 밥을 다 먹고, 어머니를 도와드리려고 그릇을 부엌으로 가져가려고 했지?

그런데 발이 미끄러져서 밥상을 쏟아 어머니가 해 놓으신 옷감에 밥상을 뒤엎고 말았지?
나는 너에게 맞지않는 일을 안했으면 좋겠어. 너에게 맞지 않은 일을 하면 실수를 하잖아.

어머니는 그 옷감을 보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셨지? 어머니는 깨끗한 물로 지워 보았지만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지?

난 그때 마음이 불안했어. 너희 어머니는 곧장 옷감을 싸들고 양반댁 마님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 했지? 그러나 얼룩진 옷감을 본 양반댁 마님은 화를 버럭 냈잖아. 양반댁 마님은 사흘만에 얼룩을 지워 오라고 하셨지? 만일 그렇게 못하면 돈으로 변상하라고 했잖아. 너희 어머니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어.

난 그때 마음이 아팠어. 옷감 값을 물어줘야 하는데 가난한 형편에 어림도 없잖아?

걱정이 되어서 어머니는 그만 눕고 말았지? 너는 걱정이 돼서 부모님을 뿌리치고 마을 어귀에 있는 느티나무 그늘이 있는 쪽으로 달려가서 장기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께 옷감에 물든 얼룩을 빼는 방법을 물어 봤지? 다 갸웃갸웃 거리는데 한 할아버지가 무궁화의 흰 꽃잎을 얼룩에 대고 비비면 잘 지워진다고 하셨지?

난 정말 지워지는지 궁금해. 우리집은 세탁기를 사용하거든. 너 정말 힘들었겠다.  마을에는 무궁화꽃 나무가 한 그루도 없잖아.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강 건너마을의 부자집에 찾아갔지? 부자집에 가서 네가 “주인어른 계신가요?”하고 물어봤잖아.

주인어른이 나와서 네가 “안녕하세요? 무궁화꽃 몇송이만 얻으려고 왔는데 주실 수 있어요?”라고 말했지? 그 아저씨는 못준다고 했잖아. 그런데 다른데서 찾으면 돼지. 계속 그 영감님께 주라고 했니?

난 참 궁금해. 계속 생각해서 넌 엉뚱한 생각을 했잖아 담 넘어로 들어가 무궁화를 꺾는 것. 그런데 돌쇠야, 그건 나쁜 짓이야. 무궁화 몇 송이를 꺾다가 영감님이 너를 잡아서 혼냈잖아

그때 정말 아팠지? 그때 스님이 나타나서 다행이야. 스님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넌 다리가 멍투성이로 돼었을걸? 그 영감님 정말 못됐다. 스님께 거짓말을 했잖아. 이렇게 말이야.

“스님, 이 뜰에 있는 것은 무궁화가 아닙니다. 접시꽃입니다"라고 말이야.

난 그때 속을 줄 몰랐어. 알고 보니까 스님이 마술을 부려 무궁화를 접시꽃으로 바꿔 놨더라?

돌쇠야, 다른 곳에 가면 꼭 무궁화를 찾았으면 좋겠어.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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