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복 옥포자향한의원 원장

겨울은 휴식의 계절이다. 살아있는 것들은 제각기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삶을 이어나가 다시 다가올 봄을 기다린다. 다르게 말하면 살기 힘든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든 버텨나가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 생존의 지혜는 제각기 기발하고도 상황에 걸맞는 방법들을 찾아왔다.

대개 식물의 경우 가을부터 불필요한 잎을 떨구고 열매와 씨를 맺어 2세를 준비하고, 동물들은 겨울을 나기위해 가을에 힘껏 먹어 몸을 부풀려 추위와 기아에 대비한다.

이렇듯 자연에는 삶의 주기와 흐름이 있는데 사람만은 문명이라는 이기(利器)를 통해 제 철을 잊고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즉, 사람은 때를 모르는 ‘철부지’가 되었고 그 대신 우리 몸은 비만과 그에 따르는 당뇨, 고혈압 같은 불편함을 얻었다.

동식물에서 보듯이 자연은 철에 따라 저절로 살이 찌고 빠지기를 반복하여 스스로 조절한다. 단적인 예로 곰이나 개구리같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몇 달 동안을 잠을 자면서 버티기도 하는데 여기서 우리가 돌이켜 볼 것은 지나치게 풍요한 환경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이다.

1935년에 미국에서 재밌는 실험을 하였는데 쥐를 대상으로 충분한 영양 공급이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당시에는 충분한 영양이 수명을 연장시키리라 예상했었지만 오히려 평소 식사량의 70%만 공급한 쥐들의 수명이 50%나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후 비슷한 실험들이 반복되었고 마찬가지의 결과를 얻게 된다.
이미 한의학에서는 양생의 철칙 중 하나가 ‘소식(小食)’이라고 수천년 동안 강조했었지만 말이다.

내전과 극단적인 기아, 에이즈, 풍토병과 같은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에도 이러한 이유를 제외한다면 단명하는 편은 아니어서 100세 이상 장수하는 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활동량과 소식을 원인으로 꼽는데, 여유가 있더라도 식사를 지나치게 하지 않고 전통적으로 하루 한 끼를 원칙으로 해서 관공서에도 따로 점심시간이 있지 않고 식사 배급을 하는 기관에서도 하루 한 번만 한다.

그리고 평소에도 어지간해서는 배고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 등 식탐(食貪)에 대한 풍토가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이 풍요로운 현대에는 음식을 적게 먹는 것이 건강을 위해 좋다는 사실은 여러 예에서 알 수 있다. 아니 반대로 너무 많이 먹고 쉼없이 먹어서 많은 문제가 생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동면(冬眠)하는 동물들과 같이 우리의 소화기관에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 몸에 쌓여있던 지방과 같은 잉여 에너지원을 녹여내고 혈관에 낀 때도 씻어내고 피도 맑게 하여 가뿐한 몸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음식을 끊는 것을 단식, 절식, 금식이라고 하는데 단식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고 금식이란 용어는 종교와 연관되어 많이 쓰이며 절식의 경우 의료적인 전문성을 띄는 경우에 다용된다. 절식하면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살을 빼는 미용적인 효과를 생각할 것이다. 그 외에도 혈압의 강하, 혈당의 저하, 체지방의 연소를 들 수 있고 수십년간 쉼없이 움직이던 소화관에 휴식을 줄 수 있다.

재밌는 사실은 절식을 하게 되면 그 동안 몸에서도 ‘구조조정’이 일어나서 필요하지 않은 부분의 에너지를 차단한다. 그래서 머리카락이나 손발톱, 수염이 자라지 않는데 일시적으로나마 에너지의 최적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최강국이자 가장 풍요롭고 또 최대 비만국인 미국에서 여러가지 절식법이 유행하였고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Optifast’와 같이 절식을 하면서 단백질파우더만 복용하는 방법도 있었고 또 절식하면서 초콜릿과 같은 제품으로 기본적인 당분만 공급하면서 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사망사고라는 좋지 않은 사례를 남기면서 사그라들었다.

이와 같이 단식이나 절식의 경우 급격히 진행되면 몸에 무리가 가고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하에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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