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타 스님/칼럼위원

▲ 법타 스님 / 거제불교 거사림 지도법사, 기원정사 주지
오늘 오늘이 허공 속으로 사라지더니 벌써 신년을 맞았다. 양력은 새해라지만 음력은 동지섣달이다. 금년이라 할까 신년이라고나 할까?

오늘과 내일이 이런 현상처럼 움직인다. 어찌되었건 동지도 지났고, 나이도 골고루 한 살씩 더하여 가졌으니,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 하여도 기분은 나쁘지만은 않다.

갈매기는 바다 위를 날고, 파도는 인연 따라 해변을 오르내린다. 우리들 입장에서 보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존재한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불교의 세계관은 내일이란 말은 있으나 진정한 내일은 없다. 왜일까?

세월이 흐른다고 하지만, 해가 뜨고 지고, 밤과 낮이 생기는 이것은, 현재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필름이 연속으로 돌고 돌아 화면이 움직이는 현상과 같다. 내일 잘 된다. 내년에 행복 할 것이다. 10년 후에 부자 된다. 그러나 맞이하는 그날은 어제도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이란 이름이다.

사는 것도 오늘 살고, 죽는 그날도 결국 오늘에 죽는다는 말이다. 생노병사도 춘하추동도 공간적으로 볼 땐 모두 허상 가짜의 언어이다. 그러나 사실그대로 느끼며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들 마음이라 생각한다.

한 절기처럼, 오는바 없이 무자(戊子)라 이름 하여 거닐더니 가는바 없이 가버렸다. 그리고 오는바 없이 기축(己丑)이 와서 새해라고 부르란다. 

해마다 새해 새날이라 해맞이를 하지만, 가만히 보면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 보낸 것도 맞이한 것도 없는 늘 상 오늘이기 때문이다.

지나간 과거, 오지 않은 미래, 붙잡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시간 바로 지금 깨어있는 맑은 마음 내어 참살이 하는 것이 과거의 내 삶이요, 미래의 살림살이다. 이 도리를 알면 오늘도 부자, 내일도 부자, 년 년이 부귀하며 살아간다. 행복하다 괴롭다 사고(思考)하는 그날이 바로 지금 오늘이다.

기러기의 고향은 북쪽이고, 제비의 고향은 남쪽이다. 그럴 수야 없겠지만 무지하여 방향 잘못 잡고 실수하면 불행이 닥친다.

소한 대한이 지나면 입춘인데 겨울이 길게 느껴지는 지금은 왜일까 ?빙하가 녹아내려 지구촌 경제 한파가 우리를 더욱 괴롭고 슬프게 한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초근목피로 뱃속을 채웠고 전쟁과 삼재팔난도 극복한 지극하고 위대한 대한의 백성이다.

“닭은 추우면 높은 데로 올라가고, 오리는 추우면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듯이 어려울 때일수록 하심하고 힘을 모우면, 세계의 일등 국민이 될 것이라 믿는다.

활산(活山)성수스님은 “세상비고(世上非苦)인데 망심자고(妄心自苦)니라” 하였다. 즉 세상살이는 고통이 아닌데 번뇌 망상이 스스로 고통이니라. 옛말로 하면 금년은 지구가 흉년이 들었다 인데 알고 노력하고 대비하면 진리계는 반드시 포대화상(불교의 산타)이 되어 행복을 나누어 주실 것이다.

숭산스님 법어에 문전적광토(門前寂光土) 하니 춘래초자생(春來草自生)이라. 고요한 대지에 빛이 내리니 봄이 찾아와 풀을 자라나게 한다. 봄을 기다리는 이도 있고, 가을을 기약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노력 없이 무작정 기다린다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것과 같다. 어려움과 고통은 성공의 지름길이다. 내일보다 오늘이 더욱 아름답다. 행복도 불행도 과거도 미래도 모두 다 어렵고 힘들 땐 지워버리자. 그리고 오직 현재에 여여한 가치의식으로 생활하자.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고 하였고, 혜능 스님은 “모든 복전은 우리의 가슴속에 있다고 하였다.

“지금 바로 깨어있어라” 그리고. 긍정적 사고로 모든 대상에 감사하고, 자비와 하심으로 이웃과 함께하며, 허물없이 살아가는 오늘이 되자. 난세를 극복 하는 것은 지혜이고, 추위를 이기는 방편은 활동(活動)이다.

새해엔 서로 위로하고 보살피고 나누며 살아가는, 그런 좋은 해가 되었으면 한다.기축시호년(己丑是好年).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