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희 계룡수필 회원

“호르륵, 호르륵.”

산새소리가 정겹다. 소리만 들어도 온 정신이 맑아진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나뭇잎들이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며 의지한다. 햇빛이 비추자 반짝이며 윤기를 더한다. 산길에 핀 꽃들도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고 섰다. 예쁘다.

산사를 향하는 나의 마음은 평온하다. 발걸음도 가볍다. 한 걸음이라도 서둘러 가족을 위한 기도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다. 그러다 보니 일행보다 발걸음이 더 빨라진다.

경내에 들어서니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맑고 경쾌하다. 목탁소리를 따라 작은 법당에 안으로 들어선다. 겨우 두 사람이 절할 수 있는 좁은 공간이다. 스님이 마침 불공을 드리고 있다. 목탁을 치며 절을 한다. 조심스럽게 시주를 하고 삼배를 한다.

절하는 스님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이다. 나의 시선은 절하는 스님의 움직임대로 따라간다. 절할 때 손을 짚은 곳에 너덜거리는 방석이 있고, 도포자락의 발 끝부분도 닳아 있다.

누구를 위하여 저렇게 쉬지 않고 절을 하는 것일까. 속세의 모든 죄를 사하여 달라는 것일까. 그 모습이 숙연하다. 목탁소리도 따라 경건하다. 지칠 만도 하건만 스님의 모습은 흐트러짐이 없다.

젊은 스님은 모든 중생의 죄를 사하여 달라고 기도하는 듯하다. 끊임없다. 흔들림이 없다.
가식도 없다. 꾸밈도 없다. 오로지 기도로 목탁을 치며 절을 할 뿐이다.

날이 저물어 모두가 떠나가고 없는 빈 법당에서 여전히 수행을 하고 있을 스님을 그려본다. 육신의 고통을 견디며 오로지 중생의 교화와 진리를 위하여 기도하고 있을 스님. 그런데 스님의 모습에서 또 다른 이가 떠오른다.

양손에 나무토막을 쥐고 일정한 리듬에 맞춰 딱딱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천도교인이다. 나부터도 그렇지만, 오가는 사람들이 그 사람을 곱게 보는 시선이 아니다. 도대체 왜 저러고 다니는 걸까.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는 걸 알고 있을까.

정신이 나가서도 아닌 것 같다. 옷매무새도 말끔하다. 아랑곳없이 계속 걷는다. 다리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어깨에 띠를 두르고 나무를 치며 걷는다. 매일 같은 모습이다. 항상 같은 시간에 그곳을 지나다보니 본의 아니게 그 사람으로 생각에 빠지게 된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 사람도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선하게 살라는 말을 전하러 다니는 전교인인 듯하다.

나보다 먼저 우리를 생각하고, 모든 이들을 위해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이가 아닌가 싶다.
오늘은 나 자신을 뒤돌아본다. 그리고 겸허한 마음이 된다.

온갖 욕망을 걸러내어 나보다 다른 이를 생각하고, 또 소외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깨닫는다. 고스란히 자신을 내어주어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젊은 스님과, 매일 거리를 걸어가며 남을 위해 기도하는 천도교인처럼.

절을 한다. 일배에는 사랑을 담고 싶다. 이배에는 희망을 담고 싶다. 삼배에는 고통과 번뇌를 지우는 정淨한 마음을 담고 싶다.

나의 이기심을 본다. 나만 잘 되기 위해서, 나 혼자만 잘하면 된다는 욕심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그런 것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모두가 지나친 욕심 때문이다. 그걸 느끼면서도 떨쳐내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거운 마음을 버리기 위해 가끔 산사를 찾는다.

오늘도 독경소리를 가슴에 담는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이가 되고 싶다. 스님과 천도교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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