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복 옥포자향한의원장

요즘은 양생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되어 그다지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삶을 기르는 것’으로, 사전에서는 ‘병에 걸리지 아니하도록 건강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하는 것’이라고 이르고 있다.

비슷한 말로는 ‘섭생’, ‘섭양’과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보다는 ‘웰빙(well-being)’이나 순우리말인 ‘참살이’같은 것들이 우리들에게 더 친숙할 것이다. 이런 양생법은 요즘 생활에 잘 어울려 최근에서야 부각되고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아주 오래되고도 중요한 바탕으로 내려오고 있다.

한의학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건강관리를 잘하는 것을 가장 으뜸으로 삼는, 소위 현대의 예방의학적 측면이다.

그래서 낮은 등급의 의사가 이미 병든 것을 치료하지 뛰어난 의사는 ‘이미 병이 든 것을 치료하지 않고 병들지 않았을 때 다스린다(不治已病治未病)’는 사상이 전해져 오고 있다.

이러한 양생의 연원은 한의학의 이론이 성립하는 시기부터 성립되어 수천년전의 고분에서 출토되는 죽간(竹簡)에도 양생에 관한 이론이 독립적으로 존재했고 한의학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도 여러 편에 걸쳐 양생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후에 도교와 결합하여 양생술, 방중술, 연단술, 불로장생술, 신선술 등으로 그 내용이 더욱 풍부하게 된다. 이렇듯 양생에는 의복(衣服), 음식, 거처, 운동, 도인(導引), 안마 등과 같이 생활이 포함된 포괄적인 개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몇일새 갑작스레 겨울이 찾아온 느낌이다. 이렇게 기후가 급변할 때는 우리도 잘 적응하고 대비를 하지 못하여 몸이 상하기 쉬우므로 이번에는 겨울철의 양생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한의학의 양생에 관한 내용은 무척 방대하지만 그 연원이 되는 『황제내경』에서 내용을 구해보자면,「소문(素問)」의 제2편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 계절에 따른 양생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풀이해보면 다음과 같다.

“겨울 석 달은 만물이 움츠러들고 갈무리되어 휴식하는 시기로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진다. 사람도 이를 따라서 양기(陽氣)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잠자리에 일찍 들고 늦게 일어나야 하는데 해가 뜨는 것을 기다려서 일어나야 한다. 품고 있던 뜻이나 의욕을 펼쳐나가기엔 좋지 않아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드러내지 않으며 때를 기다리는 여유를 찾아야 한다. 추위를 피하고 따뜻한 곳에 머물며 땀을 흘리거나 피부를 함부로 드러내 기운이 빠져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겨울에 맞는 양생법이다. 이를 어기면 신장(腎臟)을 상하고 봄이 되어 위병(?病 : 몸이 오그라들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병)을 앓게 된다.”

이 내용을 현대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그 대요는 생활에 있어 마음이나 몸을 자연의 겨울과 같이 잘 갈무리하여 보존하고 추후에 펼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겨울은 하루에 있어서 밤에 해당하는 시기로, 밤에 잠을 자면서 해가 밝아 움직일 것을 기다리듯이 겨울에는 안으로 내실을 다지고 되돌아보며 이후를 기약하는 시기가 된다.

그래서 함부로 망동한다든지 지나치게 드러내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찜질방이나 싸우나, 난방이 잘되는 집들이 대부분이어서 계절에 무관하게 생활할 수 있겠지만, 1년을 되돌아보고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몸과 마음을 챙긴다면 그것이 바로 겨울철 양생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계절에 상관없이 평소에 지킬 수 있는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실린 양생에 대한 글을 하나 소개한다.

태을진인(太乙眞人) 칠금문(七禁文)

말을 적게 하여 몸 안의 기운을 기르고(少言語養內氣)
색욕을 삼가여 정기를 기르며(戒色慾養精氣)
기름진 음식을 적게 먹어 혈기를 기르고(薄滋味養血氣)
침을 삼켜서 오장의 기운을 기르며(嚥精液養臟氣)
성내지 않아 간의 기를 기르고(莫嗔怒養肝氣)
음식을 맛있게 먹어 위기를 기르고(美飮食養胃氣)
생각과 근심을 적게 하여 심기를 기른다(少思慮養心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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