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정스님/대한불교 법화종 옥련사 주지

그는 부처님을 모시고 칼란다카 마을 근처로 옮겨갔고, 수제나의 어머니는 아들이 여러 스님들과 함께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아들을 찾아갔다.

“수제나야, 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자가 없으니 많은 재산을 관리할 수가 없구나. 네가 다시 돌아와 집안을 돌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나 청정한 생활을 즐기며 도를 닦고 있었던 수제나는 몇 번이고 간청하는 어머니의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튿날 아들을 찾아온 어머니는 다시 간청을 했다.

“네 뜻이 정 그렇다면 자식이나 하나 낳아다오. 대를 이을 수 있는 자식을 낳게 해준다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그것마저 거절할 수 없게 된 아들이 말했다.

“그 말씀이라면 어머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때는 계율이 정해지기 전이므로 수제나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아내와 동침을 했다. 그러나 아내와 동침을 한 뒤부터 수제나의 마음은 편치 않았고, 우울해 하는 그를 이상하게 여긴 스님들이 물었다.

“항상 마음이 밝던 스님이 요즘 우울한 표정을 자주 지으십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한숨을 내쉰 수제나는 자초지정을 말했고, 마침내 부처님도 그 사실을 아시게 되었다. 부처님은 수제나에게 말씀 하셨다.

“네가 한 바는 옳지 못하다. 위의가 아니며, 사문의 법이 아니며. 청정한 행이 아니며, 수순하는 행이 아니며, 할 바가 아니다. 이 청정한 법 가운데 애욕을 다 끓어 없애고 열반을 얻어야 하거늘, 어찌하여 옛 부인과 부정한 음행을 저질렀느냐?”

부처님은 이어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차라리 남근을 독사의 입 속에 넣을지언정 여자의 몸에 대지 말라. 이와 같은 인연은 악도에 떨어져 헤어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애욕은 착한 법을 태워버리는 불꽃과도 같아서 모든 공덕을 없애버린다. 애욕은 얽어 묶는 밧줄과 같고 시퍼런 칼날을 밟는 것과 같고 험한 가시덤불에 들어가는 것과 같고 성난 독사를 건드리는 것과 같고 더러운 시궁창 같은 것이다. 모든 부처님들은 애욕을 떠나 도를 깨닫고 열반의 경지에 들어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불사음계를 불교의 모든 계율 중 첫 번째 계율로 제정하여 널리 지키게 했다.

한 비구의 음행을 계기로 삼아 불사음계를 제정하신 부처님의 근본 뜻을 새겨 보면, 음욕을 맑혀 생사윤회의 쇠사슬을 끊게 하고 열반의 궁정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한다는 깊은 의도가 깃들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출가 승려는 음행을 아주 끊어 열반의 주춧돌을 철저히 놓아야 하고, 재가불자들 또한 청정을 근본으로 삼아 음행을 멀리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재가불자들 마저 스님들처럼 아주 단음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제가의 부인들 중에는 남편을 옆에 오지도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조금 정도가 지나치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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