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세바퀴 달린 이권조씨

36년간 꾸준한 달리기 연습으로 각종 전국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거제시를 빛내고 있는 이권조씨(54·장평동).

이씨는 지난 36년 동안 하루에 1시간씩 10㎞ 이상을 거의 매일 달렸다. 거리로 계산해 보면 하루 10㎞만 달려도 131,400㎞. 지구의 둘레를 약 4만㎞로 볼 때 무려 지구를 3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다.

둔덕면 하둔리에서 태어난 이씨는 “초등학교 때 운동회 달리기에서 3등을 하면서 부상으로 학용품을 받았는데 그때부터 달리기가 좋아 유일한 취미생활이 됐다”고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가 하루도 빠짐없이 달리기 연습을 시작한 것은 19살 때. 당시 70·74년 아시안게임 투포환 금메달리스트로 ‘아시아의 마녀’로 불린 백옥자 선수를 동경해 자신의 방에 신문기사를 스크랩 해가며 육상선수의 꿈을 키우면서부터다. 그는 비록 전문운동 선수는 아니지만 온갖 악천후 속에서도 연습을 멈추는 법이 없었다.

비오는 날은 비오는 날을 대비해 연습을 하고 달빛에 비친 전신주를 상대편 선수로 생각하며 뛰는 노하우까지 생겼다.

특히 지난 2000년 한·일 생활체육 교류로 이뤄진 ‘제1회 국민생활체육협의장배 전국육상대회’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인 것은 물론 주 종목인 중장거리에 이어 단거리에도 도전하는 도전정신을 불태웠다.

당시 이씨는 10㎞ 하프마라톤을 뛰고도 800m와 400m에 출전해 하프마라톤 4위, 800m 4위, 400m 1위를 차지했었다. 체력소모가 많은 중장거리보다 종목이 다양하고 출전기회가 많은 단거리에 자신감을 얻으면서 주 종목을 400m로 결정하게 됐다.

단거리로 종목을 바꾼 이씨는 전국대회는 물론 아시아 대회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2002년 북경에서 열린 아시아 마스터즈에서 400m, 800m, 1500m에서 3위를, 2004년 태국 아시아마스터즈에서 400m 2위, 1500m 3위를 차지했고 2004년 아시아마스터즈 대회 400m에서는 최고 기록인 57초 78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지난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6회 문화관광부장관기 국민생활체육 전국 육상대회에서 우승을 차지, 생활체육 육상대회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해 세계 마스터즈 출전권을 따내며 거제생활체육의 위상을 높이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제17회 세계 마스타즈 육상선수권대회에는 개인자격으로 출전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씨는 “세계대회 출전권을 따냈지만 국가의 지원 없이 개인이 15일 동안 여행경비 등을 부담하는 일은 힘들다”며 “국가에서 엘리트체육에만 투자하는데 생활체육에도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며 엘리트체육의 그늘에 빛을 보지 못하는 생활체육의 현실을 지적했다.

이씨는 50대 중반의 나이지만 체력하나 만큼은 20대에게 뒤쳐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특히 무리한 운동보다 적은양이라도 규칙적이고 적당한 운동이 건강을 지키는 첩경이라고 강조하고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몸을 망칠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코치도 없이 독학으로 배운 주법이지만 다년간 쌓인 노하우로 이뤄진 그의 달리기는 오는 17일 거제에서 개최되는 제19회 경상남도생활체육대축전에서 또 한 번의 우승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얼마 전부터 자신의 경기에 부착됐던 등번호판을 모으고 있다. 이미 그에게는 그 동안 각종 경기에 출전하면서 받은 100여개가 넘는 메달과 창고에 정리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상패가 있지만 매 대회마다 배부된 등번호는 자신의 땀 냄새와 함께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달리기는 나의 건강은 물론 정신까지 건전하게 만들면서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 원동력”이라며 “뛸 수 있는 한계까지 운동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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