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준 한국전력공사 거제지점 전력공급팀

“제가 한 게 있나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입니다.”

바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오래된 전선이나 낡은 전기시설을 수리하는 한국전력공사 거제지점 전력공급팀 권동준씨(35)의 숨겨진 선행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95년 한국전력공사 거제지점에 입사한 권씨는 밤낮을 번갈아 가며 일하는 힘든 교대근무 속에서도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행에 나선다.

그는 “정전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의 집에 출장을 갔었는데 전기시설이 너무 열악해 얼마나 불편하실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며 처음 선행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모르는 사람들은 한전에 근무하는 직원이 계기함과 분전함, 차단기나 노후 전선교체 점검 하는 일이 무슨 선행이냐고 의문을 가지겠지만 권씨는 지난 7년 동안 독거노인이나 장애우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개인의 여가시간과 자비를 희생하며 선행을 베풀고 있다.

그동안 그의 선행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한전직원으로서 평범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여진 까닭도 있지만 아무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묵묵히 어려운 이웃을 보살펴 왔기 때문이다. 

권씨는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가끔 음료를 대접하거나 고마움을 표시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 마다 보람을 느끼며 더 열심히 노력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남들처럼 많은 돈을 기부하는 것도 아니고 정기적으로 봉사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줬다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도시지역과 달리 농어촌 지역은 전기시설이 낙후되고 시설을 수리할 인원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대부분의 노인들은 전기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전기배선을 교체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고 비교적 교체가 쉬운 전기휴즈 하나 갈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권씨는 평소 출장이나 민원을 통해 시설이 열악한 이웃을 주의 깊게 지켜보다가 쉬는 날이면 수혜자의 집을 방문한다.

그는 “아직도 거제지역 곳곳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이 많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못한 편이라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더구나 조선산업 발전에 따른 인구 유입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한전 직원들은 업무도 늘어난 상태다. 대규모의 자연재해라도 발생하면 잠자는 시간은 커녕 식사시간도 모자랄 정도다.

특히 권씨가 근무하고 있는 전력공급팀은 13명의 직원이 거제지역의 모든 전력공급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전기민원 현장에도 출동해야 해 명절이나 휴일조차 제대로 챙길 여력이 없다.

입사 14년만에 처음으로 추석을 집에서 보내게 됐다는 그는 “그래도 이번 명절은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좋다”며 “입사 이후 처음 맡는 추석인 만큼 평소 소홀했던 가족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누가 시켜서 한 일도 누구에게 돋보이고 싶어서 하는 일도 아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즐겁게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내가 할일이 없어지는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 이지만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할 때 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