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투자 휴유증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 우려

국내 일부 중소 조선업체가 시설 투자자금 부족으로 선박 건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향후 조선시황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금 회수가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그동안 산업계 일각에서 제기된 중소 조선업계 과잉투자 후유증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남 목포시에 조선소를 두고 있는 C&중공업은 벌크선 60여 척을 3조 원에 수주했지만 금융권으로부터 시설 투자에 필요한 1,700억 원을 조달하지 못해 생산 설비 확충과 선박 건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C&중공업은 최근 임원들이 시설 자금으로 써달라며 일제히 월급까지 반납하는 등 비상상황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남 해남군에 231만 m²규모의 조선소를 둔 대한조선도 수주 물량 소화를 위해 제2도크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자금 사정으로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한조선은 현재 수주액 3조3000억 원 규모의 벌크선 43척을 수주해 놓은 상태지만 제2 도크 건설이 늦어지면 납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가 1970년대 이후 지켜온 ‘납기 준수 신화’가 깨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조선시장에서 한국은 신용이 가장 높다. 1970년대 이후 선박 인도 일자를 못 맞춘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업체 때문에 이런 전통이 깨지면 ‘한국 조선’에 대한 국제 신인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조선협회 관계자는 “중소 조선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조선 경기가 호황을 누리자 선박 건조시설을 제대로 갖추지도 않은 채 선박을 수주한 경우가 많았다”며 “중소업체들이 무너지면 선박블록업체 등 협력업체도 연쇄 도산이 불가피해 지역 경제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소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수주한 물량이 많은 만큼 일시적인 자금난만 해소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중소 조선소들이 어려워지면 지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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