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철 스님/장흥사 주지

과연 복권 한 장으로 ‘인생 대역전’이 될 수 있을까요? 정말로 복권이 우리 인생에 복을 가져다 주는 파랑새일까요?

복권 한 장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 복권 일등에 당첨되데 해 달라는 기도를 부처님전에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기 5년 전에 설한 ‘길상천(吉祥天)’과 ‘흑암천(黑暗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길상천’은 언니이고 ‘흑암천’은 동생입니다. 그런데 언니는 세상이 부러워하는 절세미인이고 동생은 만인이 꺼려하는 못난이 얼굴입니다.

이 두 자매가 좀 특이한 것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그림자처럼 늘 같이 동행한다는 것입니다. 하루는 부잣집에서 언니를 초청했는데 문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집 주인이 동생은 초청하지 않았다면서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니는 혼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하면서 동생의 손을 놓지 않습니다. 항상 동생과 같이 다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이 이와 똑같다는 비유입니다. 언니는 행복을 뜻하고 동생은 불행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늘 불행의 그림자는 피하고 멀리하고 싶어집니다.

그렇지만 ‘길상천’과 ‘흑암천’의 자매처럼 우리네 인생에서도 행복과 불행은 같이 다가오는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행복은 늘 불행을 동반하고 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금권만능의 헛된 꿈에서 깨어날 수 있습니다.

1등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했을 때, 만 가지의 행복이 금고처럼 든든하게 보장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행복의 조건인 돈 때문에 충분히 불행해 질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 가지를 소유하면 열 가지의 근심이 생기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돈은 행복이지만 그 돈 때문에 생기는 그늘은 불행입니다. 돈이 행복의 전부가 되면 인생이 얼마나 쓸모없고 빈약하겠습니까? 정말 인생을 역전하고 싶으면 복권에 대한 유혹을 버리고 5천원이든 1만원이든 가장 가치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 곧 선업을 짓는 것이라 설했습니다. 선업을 짓고, 복권에 대한, 돈에 대한 욕망을 자꾸 버려야 하고, 욕심을 비워야 합니다.

불교는 마음을 비우는 종교입니다. 욕심은 중생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욕심이 없으면 살아갈 가치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행을 바라는 것은 욕심입니다. 우리는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야 합니다. 부처님 경전에도 불자는 부자로 살아야 된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다만 불자는 부처님의 법을 진실하게 실천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불교를 믿는 목적이 행복이라면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복전(福田)을 잘 가꾸어야 합니다. 복전은 곧 우리 마음자리를 말합니다. 마음이 잘 쓰이기만 하면 됩니다.

마음을 잘 쓸려면 그냥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단한 수행정진을 통해 가능합니다. 지금 신도님들이 하고 있는 하안거를 통해 부단히 마음을 비우고 원하는 것을 모두 성취할 수 있는 불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성불하세요.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관세음보살, 나무 상월원각대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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