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호 교수/창신대학 문예창작과

이 작품이 갖는 하나의 의미는, 해방되던 그날부터 종전에 이르기까지 거제의 역사적 격동기를 거제인들의 질박한 언어를 통해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찍부터 전라도 지역의 언어가 판소리나 소설 작품 등에서 갖는 언어의 미학이 언급되고 있었던 점에 비하면 경상도 지역의 언어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소설의 언어로는 크게 각광받지 못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던 것이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가 등장함으로써 경남 지역의 언어들을 문학적 공간 속에 안착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손영목의 「풍화」는 거제 지역의 언어를 유감없이 소설 속에서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 지역 언어의 문학화는 지역의 특성을 언어로 치환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깊다.

특히 거제지역 언어로 적재적소에 비유적 언어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지역언어의 역동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경성 가서 뺨 맞고 거제 와서 눈물 흘릴락 하는 놈맨치로 괜히 불난 집에 부채질할락 하나/ 깨진 도가지에 철사 둘러봐야 어차피 어그라지기는 마찬가지다/ 속곳 벗고 함지박 든 격이제/ 아주 장터 소가 웃을 노릇이지/ 호박 덩굴이 뻗을 적 같으몬야 좀 좋겄나마는 정선골 물방아 바쿠 돌 듯 하는 기 세상사다/ 문어 제 다리 비이 묵는 식으로 말짱 쓸데없는 짓이다/ 김 첨지 똥 누러 가듯 점잔을 빼더이, 손 한 번 빠르기도 하더라/」

이와 같이 작가자신이 태어나 성장한 지역을 문학적 상상의 공간으로 삼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꾸밈없는 질박한 언어들이 문학적 언어로 부상함으로써 더욱 생기를 더하고 있으며, 문학적 상상력이 평범한 삶의 공간을 얼마나 유기적 공간으로 만드는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 소설은 소설의 전 과정이 해방 다음날부터 6·25 전쟁기에 이르는 7-8년간의 거제를 시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거제인의 일상적 삶을 리얼리즘적인 관점으로 서술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