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윤일광 칼럼위원

'최씨 앉은 자리는 풀도 안 난다'고 했다. 이 말은 고려 최영(崔瑩) 장군과 연결시킨다. 혁명에 성공한 이성계에 의해 참수 당하기 전 "내가 평생 한번이라도 사사로운 욕심을 품었다면 내 무덤에 풀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무덤에 풀이 나지 않아 그의 묘를 적분(赤墳)이라 불렸다.

'시경' 1권에 '척피최외 아마훼운(陟彼崔嵬 我馬   隕)'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내가 저 풀이 나지 않는 바위산에 오르고자 하나 내 말이 비루먹고 피곤해서'라는 뜻이다. 여기서 최외(崔嵬)는 '풀이 나지 않는 바위산'이다. 글깨나 배웠다는 사람이 최씨를 여기에 빗댄 글 장난이다.

'최씨 고집'은 관용어가 될 만큼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3대 고집통을 '안·강·최'라 한다. 안(安)은 머리 뿔이 하나, 강(姜)은 둘, 최(崔)는 셋으로 뿔을 고집으로 상정한다. 또 역사적인 사건도 있다. 고려조정에서 대제학을 지낸 최양(崔瀁)은 조선이 개국하자 낙향했다. 친구였던 이성계가 여러 차례 불렀지만 끝내 거절했다. 이에 이성계가 최영 장군과 빗대어 '최씨 고집'이라고 말한데서 유래한다.

'산 김씨 셋이 죽은 최씨 하나 못 당한다'고 했다. 이때 김씨는 특별한 의미없이 흔한 성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 앞에서 생전 과업을 평가받게 되는데, 이때 선악을 판단하는 저승의 벼슬아치가 최판관(崔判官)이기 때문이다. 불교설화나 고대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최씨를 '최깡깡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깡깡이는 별다른 재주도 없고 머릿속도 빈 사람을 뜻한다. 이 말은 '최앵앵(崔鶯鶯)'에서 왔다. 최앵앵은 중국 당나라 때 절세의 미인이요, 글과 노래에 뛰어난 여인으로 소설 '서상기(西廂記)'의 주인공이다. 조선시대 유생들이 로망으로 여기던 잘난 계집이라면 최앵앵이다.

앵(鶯)은 한국 전통악기인 해금으로, 앵금이라고도 한다. 민간에서는 속칭 '깡깡이'로 통한다. '앵앵이'와 '깡깡이'는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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