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늦어진데다 공사비까지 보전해줘야 할 판
골재 매장량 예측 잘못…용역·설계부터 엉터리
이제 와서 “공사 하다보니 돌이 없네…” 난색

지난 8월15일 현재 거제시 행정타운 공사현장 모습. /사진= 거제신문DB
지난 8월15일 현재 거제시 행정타운 공사현장 모습. /사진= 거제신문DB

2019년 준공 예정이었던 거제시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 9만6994㎡ 규모로 조성예정인 거제시 행정타운 조성공사가 2023년으로 4년 연기됐다. 하지만 또다시 암초를 만나 계획 수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부지조성 공사비로 충당키로 한 암석 부존량(자원 따위가 천부적으로 존재하는 양)이 당초 예측보다 크게 빗나가 거제시가 혈세를 들여 민간 사업자에게 공사비를 보전해줘야 할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이에 가장 기본이 되는 토사와 암석 부존량 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석산개발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여러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

이 사업이 용역‧설계단계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태생부터 문제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잘못된 공사계획과 입찰조건 등으로 준공 일정이 연기된 마당에 혈세까지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면, 그 책임 소재를 가려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강한 질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게다가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무리하게 공사에 뛰어든 후 손실이 예상되자 거제시에 손을 내민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행정타운 공사는 권민호 전 거제시장 시절인 2016년부터 시작됐다. 옥포동 산 177-3번지 일원에 공공시설 부지를 조성해 거제경찰서과 거제소방서 양대 기관이 입주하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2019년 준공 예정이었으나 최초 사업권을 따냈던 민간사업자가 손을 놓으면서 4년 넘게 하세월을 보내다 삼수 끝에 새 사업자를 낙점했다. 그러나 골재 부존량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현재 공정률 60% 정도에서 또다시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거제시가 지방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려 공사 과정에 발생하는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난해한 석산개발방식의 사업형태를 고집하면서 골재 예측량 조차 제대로 산정하지 못한 탓이다.

계획수립 단계부터 용역 결과와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오류가 있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잘못된 입찰조건과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이에 응한 민간사업자의 잘못된 계산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부지 조성이 늦어지면서 입주 핵심 기관인 경찰서가 ‘입주 불가’ 방침을 밝혀, 제때 완공해도 반쪽짜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사업 애초 추정 사업비는 부지조성에 필요한 순수 공사비 310억원에 토지 보상과 사전 용역, 진·출입 도로 개설 비용 등을 합친 426억원이었다. 이중 410억원을 민간사업자가 부담하기로 하고 2016년 8월 (주)세경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자체 사업이라 사업비는 원칙적으론 거제시가 부담해야 하지만 시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석 등 골재 400만㎥의 판매 수익을 사업자가 갖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암석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판매 이익금 중 약 100억원을 추가로 받는 조건도 협약서에 명시했다.

계획대로라면 거제시는 단돈 16억원을 투입해 10만여㎡의 부지와 100억원의 세외 수입을 얻고, 새로 조성한 부지를 이전 기관의 기존 건물 및 부지와 맞교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에다 핵심 연계사업 지연으로 골재 수요가 급감하면서 차질이 생겨 공정률 12%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시는 협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입찰조건으로 다른 민간 사업자를 찾았다.

새 사업자와 이익금 배분 조항을 없애고 총공사비도 378억9000만원으로 낮춰 2020년 4월 공사를 재개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암석 부존량이 부족해 발파암(석)이 예상한 233만㎥보다 60만㎥나 적은 170만㎥ 정도에 불과해 거제시가 뒤늦게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상지 내 암석 부존량이 부족해 공사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보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제시와 민간사업자가 맺은 협약서에는 재정지원 관련한 규정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협약서에는 발파암이 당초 예측한 양보다 적을 경우 ‘부지조성 계획고(도)를 조정하여 보전’하도록 명시돼 있어, 발파암이 적게 나올 경우 부지를 더 깎아서 암석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거제시는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하고 계획고를 더 낮추기 어려워 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제시는 돌이 적게 나오고 흙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사업 기간 내 공사를 마치려면 일정 부분 시비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거제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시 관계자는 “산을 더 깎을수록 부지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 생각일 수 있으나, 행정타운 부지는 뒤편으로 고도가 높아지는 다른 산이 있어 계획고를 낮출 경우에 법사면 설치 등이 추가로 필요한 지형이라서 부지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투입은 암석 부족분에 대한 보전 절차로, 우선 업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 거제시에 유리한지 경제성 검토도 동시에 해야 하고, 의회 보고 및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획고를 낮춰서 암석을 더 확보하는 방안의 장·단점과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현재 검토 중이다”고 부연했다.

재정투입 금액에 대해서는 “암석 233만㎥에 379억이니 부족한 60만㎥ 부분에 대한 보전금액이 얼마라고 단순히 계산될 것은 아니다”며 “암석보다 흙이 많이 나오니 흙 운반거리 등도 감안해야 하고, 흙 처리비 등을 계산해 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시민은 “암석량 부실 예측으로 공기가 늦어져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골재 부존량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거제시 행정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면서 “암석량과 금액을 단순 계산해보면 부족한 암석 60만㎥에 대한 금액만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개인 사업이었다면 이렇게 할 수 있겠냐”며 안이한 행정을 질타했다.

최성환 거제시 도시안전국장은 “현재로선 빠른 시일내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뿐 다른 것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보전금액 추산 과정도 쉽지 않아 우선 공인인증기관을 통해 금액을 산정해 볼 계획이지만 여러 절차가 남아 있어 보전금액 또한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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