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전염병이 있어 왔다. 가장 악명 높았던 것은 14세기 유럽에서 창궐했던 페스트로서 4년 만에 유럽인구의 3분의1이 사망했다. 그 외에도 치사율 90%에 이르는 에볼라바이러스, 전 세계 2000~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 간 스페인독감·조류독감·사스·메르스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것은 바로 코로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금까지도 세계를 휩쓸고 있다. 필자도 지난 4월 코로나에 걸렸고 주변 사람들도 거의 다 한번은 앓고 지나가야 끝이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전염병이 됐다. 작년까지 유럽에서는 코로나로 노인 사망자가 다수 있었고 요즘도 주변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환자들에 대한 얘기를 듣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환갑을 지난 지인의 오빠가 코로나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들었다.

내가 코로나를 악질적인 전염병이라고 하는 것은 사망률의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에 걸리면 오롯이 혼자 겪어내야 하고, 아무도 곁에서 함께 하거나 도와줄 수 없다는데에 있다. 

지난 주말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하니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 감기인 것 같다고 했다. 어제 저녁에 찬물로 목욕을 한 후부터 감기에 걸리셨다는 것이다. 주말을 지나도 여전히 감기 증세를 보이길래 혹시나 자가검사 키트로 검사를 해보니 코로나였다. 그래서 신속항원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모시고 가서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문제는 그 후였다. 약을 처방 받아 약국에서 약을 짓고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 드리는 것까지만 내가 어머니와 대면해서 하는 일의 전부였고, 이후부터는 어머니 집 대문에 먹을거리나 약을 걸어놓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내일 모레 구십을 바라보는 노인에게 약 한 봉지도 내 손으로 뜯어 드릴 수 없고 과일 한 조각 잘라 드릴 수도 없으며 열이 얼마나 나는지 목이 얼마나 따가운지 눈으로 확인하는 일도 불가능했다.

좁은 아파트에 갇혀서 어머니는 오롯이 코로나를 혼자 겪어 내셔야 한다. 그 많은 자식들 중 아무도 와 볼 수 없고, 죽은 제대로 드시는지, 약을 제 때 먹는지 아무도 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말씀으로야 잘 견디고 있다 하지만 젊은이도 아니고 고혈압, 당뇨를 가진 기저질환자인 나이 든 어머니를 혼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돌이켜보니 내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에 나도 코로나는 참으로 외로운 전염병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도 만날 수 없고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도 없이 혼자 사투를 벌여야 했고 무기력하게 일주일 넘게 유령처럼 집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코로나 우울을 겪었다. 말 그대로 창살 없는 감옥살이 체험이었다.

그래도 나는 아직은 젊어서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쇼핑해서 먹기라도 했지만 인터넷을 할 줄 모르는 우리 어머니는 텔레비전이 유일한 낙일 것이다. 코로나는 사람을 정말 외롭게 만드는 병이다. 안 그래도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부쩍 말수가 적어진 어머니가 이제 더 외롭고 무기력한 생활을 하실 것을 생각하니 나도 덩달아 답답하고 안타까워진다.

코로나로 가벼운 우울감을 겪는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라도 자주 하고 문자라도 남겨서 더 이상 우리의 일상이 코로나에 잠식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코로나 걸린 모든 분들이 코로나 우울에 걸리지 않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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