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사회 손앙현 회장 / 우리정형외과 원장

거제시의사회 회장인 손앙현 우리정형외과 원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시의사회 회장인 손앙현 우리정형외과 원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우리는 최저 비용으로 최고 의료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는데 이것이 오래가지 못할 것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근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응급수술이 필요한 뇌출혈 환자가 전문의가 없어 수술을 제때 못해 사망한 사고는 현재 국내 의료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수술이라는 의료행위가 동반되는 산부인과·정형외과·흉부외과 등은 점차 도태되고 그 자리에 동물병원·한방병원·피부과·성형외과 등 소위 돈벌이가 되는 병원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손앙현 대한의사협회 거제시회장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의료비 수가 개선과 수술 전문인력 양성으로 중소 외과 전문의와 병원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은 세계 최고의 의료진과 의학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 정점에서 빠른 속도로 추락하는 중이며 이를 방치하면 결국 전문의 부족으로 척추·관절·심혈관 계통의 간단한 수술도 아무나 받을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뇌종양·뇌출혈·암 수술 등 일부 의료 분야는 소위 명의라고 불리는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점점 고착화돼가는 현실이 슬프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사람의 생명과 연계된 분야의 전문의는 점차 줄어들고 피부과·성형외과 등 소위 돈벌이가 되는 의사들은 늘어나고 있어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전문의 부족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시대가 10년 이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고 토로했다.

거제시의사회 회장인 손앙현 우리정형외과 원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시의사회 회장인 손앙현 우리정형외과 원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병 고치는 외과의사로 남고 싶다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지만 영리보다는 병 고치는 의사로 끝까지 원칙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일했습니다. 마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영어 교사였던 아버지 훈육에 반항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학창 시절 장래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꿈도 없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는 인생 전환점이 있듯이 저도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 선생님이 공부가 아니어도 남보다 잘하는 것이 한 가지는 있어야 한다는 그 한마디가 뇌리에 깊이 박혀 그 선생님을 존경해서 수학 공부만 열심히 했습니다."

"다른 과목은 몰라도 수학만큼은 전교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초부터 새로 시작 1년 만에 목표를 달성, 대학은 바로 진학했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목표를 의대로 잡고 재도전해 결국 의대 진학이라는 꿈을 이뤄냈습니다. 청년 시절에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라는 말에 공감했고 철이 들면서 인생사 세옹지마를 가슴에 세기며 살고 있습니다."

지난 삶을 가만히 반추해보면 모든 것이 마음먹기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인생이었고 또 인생은 결국 희비가 반복되면서 이뤄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대 학부시절 공정과 정의에 위배되는 것을 참지 못하고 혈기와 정의감으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 당시 군부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 나라를 세우는데 지식인이 나서지 않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식인의 교만을 알게된 후 이건 내가 추구하는 민주주의 평등과는 다르다는 판단이 섰고 과감하게 탈피하는 결단력이 있었기에 의대 졸업 이전에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부 시절 학생운동 전력이 꼬리표가 되어 인턴을 할 곳이 없어 전전하다 울산의 중급병원에 겨우 자리를 잡고 의사의 길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냉철한 판단력과 뚝심이 남보다 뛰어났기에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증 취득 후 국내 최고의 관절 척추 전문의를 목표로 좋아하던 술 담배도 끊고 향락을 멀리하고 매진한 결과 수도권 유명한 전문의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40대에 거제백병원 진료부장으로 외과수술 의사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거제시의사회 회장인 손앙현 우리정형외과 원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시의사회 회장인 손앙현 우리정형외과 원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냉철한 직관력과 뚝심으로 위기 극복

인생은 희비가 늘 반복 교차하는 법. 척추관절 외과수술을 잘하는 외과의로 인정받으며 백병원 진료부장으로 근무하던 2002년 국내 최초 주사제 약화사건이 터져 병원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큰 위기에 봉착했다.

20여명의 입원환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패혈증 증세를 보였고 이중 사망자가 발생, 언론보도가 연일 터져나오자 주사제를 만든 제약회사는 일이 커지는 것을 막고자 병원 실수에 의한 단순 의료사고로 축소 은폐를 시도했다.

병원에 있는 모든 약과 주사제의 전량 회수 명령이 내려지자 그 순간 증거를 빼앗기면 모두 덮어 쓸 수 있다고 판단하고 문제가 된 주사제 한 박스를 숨겼고, 대학병원에 환자를 전원시킬 때 문제 주사제 샘플을 동봉해 조사를 요구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것이 나중 병원 의료 과실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을 받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 의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3H 정신을 후배에게 전하고 있다는 손 회장은 외과의사는 냉철한 머리(head)·뜨거운 심장(heart)·숙련된 손(hand)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장기려 박사같은 의사는 아니더라도 치료를 목적으로 양심을 파는 의사는 되지 말고 절대 진리와 정의는 최대한 지키려 노력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번 거제시민을 위해 외과수술 전문병원에서 척추·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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