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타 스님/칼럼위원

▲ 법타 스님 / 거제불교 거사림 지도법사, 기원정사 주지
부채든 여름 무상(無常) 세월 흐름에 삼복이 자리를 뜬다. 그리고 오곡백과는 여름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성품자리 드러내는 입추를 맞는다.

7월 농한기 백중명절, 특히 이날은 불교에서는 “우란분절”이라 하여 각 사찰마다 성대한 천도법회를 봉행한다. 금년엔 8월15일 광복절과 더불어 더욱 그 뜻이 깊다.

“우란분(盂蘭分)이란?, 범어 울람바나(ullambana)를 소리 나는 대로 음사한 것이며, 한문으로 번역하면 도현(倒懸)이라 하고 ”거꾸로 매어 달림“의 뜻이다.

어딘가에 매달렸다는 것은 그 만큼 위태롭고 불안하며 생명의 위험까지 느낄 만큼 고통이 심한 것이며 삼악도의 (지옥 아귀 축생)괴로움과 고통의 삶을 표현한 대표적 불교용어이다.

백중(白衆)이란 수행자들이 하안거를 마치는 날인데 스님들이 자신의 허물을 대중에게 고백하는 날이라 하여 백중이라 불렀으며 결실의 계절이 다가오니 백가지의 곡식이 씨앗을 갖추었다는 의미로 백종(百種)이라고도 하였다.

또한 농민들이 7월 초순이 되면 세벌 김매기인 “만두례”를 끝낸 다음 발뒤꿈치를 깨끗이 씻는다 하여 백종(白踵)이라 하였다.

도가(道家)에서는 천상(天上)선관(仙官)이 일년에 세 번 내려와 인간의 선악과보를 조사하는데 정월대보름(상원)과 칠월보름(중원) 시월보름(하원)을 삼원이라 하여 조상에게 제사를 올렸다고 적고 있으며, 또한 망혼일(亡魂日)이라 하여 칠월보름날 돌아가신 조상님께 힘들여 농사지은 새 곡식과 과일을 먼저 올려 감사와 은덕(恩德)을 기리는 날이라고 적고 있다.

불가에서는 살아있는 부모님께 공양드림은 물론 돌아가신 선대조상님께 재(齋)를 베풀어 이승의 후손이나 저승의 영가에게 다 같이 큰 이익과 공덕을 베푸는 합동 천도재를 봉행하는 뜻 깊은 날이다.

특히 이 날은 불가의 명절이며, 출가자는 법랍(法臘)이 한 살씩 더해진다.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 한 분인 신통제일인 목련존자의 지극한 효심으로 어머니 청제부인을 지옥에서 구제하는 목련구모(木蓮求母)의 정신을 바탕으로 재를 올리고 많은 스님들께 공양을 베풀어 풍족과 안락을 기원하는 우리의 의식 속에 불교는 효를 근본으로 발전하여 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조상은 뿌리이고 자손은 꽃이요 열매이다.내 생명 뿌리에 거름을 주는 것이 나를 복되게 하는 일, 조상님에게 효를 다하는 자손은 “무루복을 지닌다”. 고 하였다.

신라 경덕왕 시대 진표율사는 지장보살과 미륵보살로부터 계를 받고 금산사를 중심으로 불법을 널리 펴고 노년에는 고향에 돌아가 부친을 모시고 효행을 다 하였으며, 진묵대사는 노모를 모시고 수행타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애절한 제문을 지어 그리움을 달래었다.

“태중에 열 달을 품어 주신 은혜를 어떻게 보답하리까?

슬하에 삼년을 길러주심을 능히 잊지 못하나이다. 만세위에 다시 만세를 더할지라도 아들의 마음은 그래도 부족하온데 백년 안에 백년이 차지 못하오니 어머님의 수명이 어찌 그리 짧사옵니까?” (삼국유사)

외에도 일연선사, 태고보우국사 등 많은 대덕 스님들의 효행을 전하고 있다. 그러면 조상을 위한 진정한 이시대의 효란 무엇인가?

진정한 효(孝)란 “그리움”이라 여겨지며. 망상 분별이 떠난 지고한 연민의 정이라 생각한다.

세상을 떠난 분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야 말과 글로서 어찌 다 드러낼 수 있으리오 마는, 부모님 생전에 거룩한 불법(佛法)으로 인도하여 불교를 신해(信解)하고 정법(正法)을 알게 하며, 악업을 여의고, 선업을 쌓게 하며 또한 선지식의 법문을 많이 듣게 하고 그 마음을 정화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더없는 효(孝)가 될 것이다.

우리 자손들은 육신만을 보호하고 부양해 드리는 단순한 효행(孝行)에서 벗어나 한층 더 크게 발심하여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확실한 믿음을 드리는 것이 백중법회 회향의 참다운 불사(佛事)라 생각되어진다.

우란분절, 오늘은 살아계신 부모님께 다시금 부족함이 없는가를 돌아보고 인연 불자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날, 조상과 자신을 위한 참삶이 서원 속에 하나 되어 가족과 이웃이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원력을 세우고 성찰하여 선업의 공덕을 쌓아 함께 나누며, 느끼며, 사랑하며, 감사하는 백중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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