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지지리도 못살았던 러시아를 강국으로 이끈 사람이 피오트로 대제(大帝)다.

황태자 시절 신분을 속이고 프랑스에 몰래 들어가 공장에 취직하여 서구의 선진기술을 익히고 온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가 황제였을 때 이득발안자(利得發案者)라는 특이한 직업이 있었다. 이들은 국민들로부터 어떻게 많은 세금을 긁어 들일 것인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아이디어맨이었다.

만일 이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채택만 된다면 상은 물론이고 출세의 길까지 열려 있었다.

실제로 농노에 불과했던 쿨바토프라는 사람은 국민들의 저항없이 모자 쓰면 모자세, 빨래하면 빨래세, 심지어 턱수염세까지 받아 낸 공로로 후일 상공국장과 부지사의 지위까지 오르게 된다.

작년 8·3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세금 폭탄’이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전에도 없는 이 말의 저작권자가 누구인가를 두고 설왕설래하지만 하여튼 작년 이후 우리 사회에 가장 영향을 미친 낱말 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해마다 정부는 세수부족 및 복지예산 증가라는 빌미로 끊임없이 세금을 늘려왔다. 그러나 재원이란 한정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지금보다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그렇지 않으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손쉬운 방법은 세원을 발굴하여 징수하는 일이다.

그러나 세원을 발굴하는 일이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세 저항이 녹록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국가 운용방안인 ‘비전 2030’만 하더라도 증세 없이는 도저히 불가한 계획이다.유토피아와 같은 복지국가에 살고 싶으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기 위해 치러야하는 비용은 너무 크다.

1100조원이라 하는 천문학적 숫자는 모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 이 뿐인가. 작통권 환수비용은 얼마이며, 양극화 해소라는 빌미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통일을 위해 부담해야하는 엄청난 경비는 또 어쩔 것인가

한 마디로 쏟아지는 폭탄이다. 폭탄이라고 하니까 수류탄 몇 발이 펑하고 터지는 그런 수준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흑백 영화의 칙칙한 2차대전 기록영화에서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폭격기들이 지상으로 무차별 쏟아 붓는 폭탄세례 장면을 연상하는 것이 옳다.

이제 ‘유리알 지갑’이라 일컫는 봉급생활자는 죽을 지경일게 뻔하다. 그러나 정부는 그러겠지. ‘당신이 잘 나가는 20%가 아니라면 걱정하지 마시라’고,

정부의 생각대로라면 하위 80%의 국민은 정부를 지지해야 옳은 데 뜻밖에도 5.31 지방선거에서 80%는 고사하고, 21.6%만이 여당을 지지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발빠른 경유값 인상, 부가세 20% 확대계획,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제외, 담뱃값 인상, 심지어 애 없으면 세금 더 내라는 무자세(無子稅), 강남 아줌마 잡는다는 게 겨우 전셋집이나마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이사도 못가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 일 등은 상위 20% 아니라도 바로 당하는 일이다.

본래 무자세(無子稅)라는 것은 우리나라 조세팀이 만든 신기한 발상이 아니라 구 소련이 이미 시행했던 제도였다.

이 세목이 신설된 목적은 제2차 대전으로 인해 전쟁고아가 많이 발생하자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일종의 목적세였다.

20세 이상 독신 남녀와 아이가 없는 부부는 남자 50세, 여자 45세까지 벌어들이는 수입의 6%를 세금으로 납부토록 했으니 아이를 낳거나 전쟁고아를 입양하지 않고는 과도한 세금에 배겨낼 수가 없었다.

이제 우리나라 여성들은, 독신으로 살아도, 직장에 다녀도, 애를 못 가져도, 능력이 있어 남편과 월급이 비슷해도, 이혼을 해도 세금이 늘어나게 되는 폭탄시대가 도래했다.

지금 50대 이상의 어른들은 젊어서 아이 셋이라고 미개인 소리를 들어가며, 세금은 세금대로 혜택을 보지 못했다.

애 둘까지는 공제 대상이 되지만 세 번째 아이는 공제대상에서 제외되었고, 공무원의 경우 둘은 고등학교까지 학비가 나오는데 세 번째 아이는 생돈 내고 공부 시켰다. 그런데 이렇게 바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세금폭탄 아직 멀었다」고 공언하던 정부 고위직의 말소리가 새겨 볼수록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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