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의 원고지로 보는 세상' 700회 연재 맞는 윤일광 시인

윤일광 시인 /사진= 최대윤 기자
윤일광 시인 /사진= 최대윤 기자

지난 21일 1989년 7월21일 처음으로 신문 발행을 시작한 거제신문이 창간 33돌을 맞았다.

우리나라 지역 주간지중 2번째로 만들어진 거제신문이 1479번의 신문을 찍어내는 동안 거제의 역사와 기록을 남기기 위해 수많은 기자들의 바이라인(byline)이 지면을 스쳐 지났다.

하지만 30년 넘게 오롯이 거제신문 지면을 채운 이름은 오직 한사람뿐이었다. 다음 호(1480호)면 '원고지로 보는 세상' 700회를 맞는 윤일광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윤일광 시인 /사진= 최대윤 기자
윤일광 시인 /사진= 최대윤 기자

1992년 '창호지문(窓戶紙門)'부터 30년

시작은 지난 1992년 9월8일 '기성신문' 시절 '창호지문(窓戶紙門)'이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부터다.

코너의 이름도 지금과 똑같은 '윤일광의 원고지로 보는 세상'이었는데 당시 그는 김해 대감초등학교의 교사였지만 고향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는 글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마침 신문칼럼 원고 청탁을 부탁받으면서 시작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후 거제신문은 기성신문 및 거제시민신문과의 통합 그리고 수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가 쓴 글은 꾸준히 생명을 이어갔다.

다만 코너의 이름에는 약간 변화가 있었는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첫 코너의 이름은 '원고지로 보는 세상 윤일광 코너', '거제논단', '윤일광 코너' 순으로 조금씩 바뀌었다가 지난 2007년 10월4일 '백발'이라는 칼럼부터 지금까지 현재의 코너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기록한 칼럼 700회 연재는 2007년 '윤일광의 원고지로 보는 세상' 시점부터로 실제 그가 거제신문에 연재한 칼럼은 1000회 가까이나 된다.

때문에 거제신문은 지난 1996년 12월 출판경비의 전액을 출연해 '세상은 어떤 모양이고'라는 제목으로 그의 단독 칼럼집을 출판했고, 지난 2013년에는 그가 2007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거제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나는 행복한 똥말입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집을 출판하기도 했다.

철학이 담긴 기사 한 꼭지가 담긴 원고지 5.3매

그는 거의 매주 1편의 칼럼을 쓰면서 원고지 5.3매라는 나름의 철칙을 지켜오며 문화 불모지로 불리는 거제지역에 인문학의 가치를 일깨우는데 늘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거제시민에게 주어지는 최대의 영광인 '거제문화상'과 '거제시민상' 수상에 이어 지난해에는 제60회 경상남도 문화상까지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써온 칼럼에는 문학·역사·사상·심리학·종교 등 다양한 주제가 녹아 있지만, 모든 접점의 끝은 '인문학'을 향해 있다. 소재는 늘 신문과 뉴스에서 찾는다.

신문이 발행되는 즈음의 시점에서 누구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당면한 현실과 사회적 현상을 각종 문헌·자료를 찾아 대입하고 마지막에는 그가 생각하는 이상을 부각하거나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그의 칼럼은 한편의 문학작품으로 보이기도, 또 '철학이 담긴 기사' 한 꼭지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울림은 지난 2011년 한국지역신문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기자상(칼럼부분)' 수상으로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그는 신문보다는 원고지가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부터지만, 문학인으로 세상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10년은 앞선 1982년부터기 때문이다.

컴퓨터 자판으로 두드리고 프린터기로 인쇄만 하면 끝나는 요즘 시대에 글자 하나 쉼표 하나 공을 들여야 하는 원고지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펜 끝이 여전히 원고지를 향해 있는 것은 그의 남다른 원고지 '사랑'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예찬하는 원고지 사용의 장점은 문장 부호나 맞춤법·글자 수 등을 생각하면서 쓸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글을 쓰는 구조를 가르치고 연습하게 한다는 데 있다.

지난해 그가 수상한 제60회 경상남도 문화상(문학 부문)은 원고지와 일생을 함께해 쌓아 온 그의 필력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경남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경남문화상의 문학 부문은 업적만 심사하는 다른 부문과 달리 수상자의 일생에 걸친 문학인의 삶을 재조명하는 상으로 거제지역 출신으로는 그가 유일하다.

그는 칼럼뿐만 아니라 10년 동안 시민을 위한 무료 문예창작교실을 열고 있기도 하다. 청소년수련관과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눌산 윤일광 문예창작교실'은 현재 60명 정도의 수강생이 함께하고 있다.

그가 원고지로 바라봐 온 세상은 200자 원고지 5.3매 그 자체다. 지난 30년 동안 거제시민과 독자들에게 인문학의 가치를 일깨웠던 그의 글은 거제를 대표하는 문장이며 지역의 수많은 문학도를 이끄는 '표상'이기도 하다.

언젠가 그가 쓴 칼럼집 머리말에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또 누군가 내 글을 열심히 읽어 주는 독자가 있다면 더욱 행복한 일"이라는 말처럼 과거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그의 펜은 쉼없이 원고지를 여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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