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오늘은 좀 무거운 얘기를 하고자 한다. 최근 뉴스매체에 많이 나오는 기사 중의 하나가 10세 조유나양 가족의 실종사건이다. 초등학생 유나양의 가족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한다고 학교에 교외체험학습 신청을 하고는 돌아오지 않아 학교에서 실종신고를 했고 이것이 알려져 이 가족의 행방을 찾느라 경찰이 수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6월29일, 유나양 부모의 차가 완도 인근 해상에서 발견되었고 그 안에 유나양 가족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미 그전에 CCTV를 통해 그 엄마가 펜션에서 축 늘어진 유나양을 업고 나온 장면이 보도되면서 혹시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 일이 벌어졌을까 여러 사람들이 걱정했고, 무사히 유나양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응원의 메시지가 인터넷 댓글로 달렸다. 그런데 결국 우리가 염려했던 그 일이 일어났고 귀여운 유나양은 돌아오지 못했다.

뉴스에 의하면 유나양의 부모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고 카드 대금과 월세가 밀려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경제적인 문제로 도무지 헤어날 길이 없자 부모는 자녀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 우리가 유나양을 다시 보지 못하는 이유로 추정한다. 정작 유나양 본인은 제주도로 체험학습을 간다고 생각했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

비단 이 사건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잊혀질만하면 일어나는 사건 중의 하나가 자녀와 동반하는 죽음이다. ‘동반자살’ 이라는 말을 쓰지만 엄밀히 말하면 ‘비속살해’ 다. 2018년 울산에서도 두 살 된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엄마가 있었고 작년에도 두 자녀를 살해한 40대 엄마가 있었다. 

오죽하면 그랬겠냐고 동정하지 말자. 이것은 분명 자녀를 자신의 부속물로 여기고 자녀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자녀의 미래와 생명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리는 일종의 살인이다. 내가 죽으면 혼자 남을 자녀의 미래가 걱정되고 홀로 고통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두려워 자녀를 죽이고 자신도 죽는 부모의 생각은 결코 옳지 못하며 극단적 망상이다. 아무리 미화해도 살인이다.

가부장적인 생각이 이런 어린 자녀와의 동반자실이라는 비극을 만들어내는 한 요인이라고 보는데, 내가 창조해낸 생명이기에 내가 책임지지 못한다면 내 손으로 결정하겠다는 극단적 오만함이 숨어있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자신이 힘들고 불우하게 살았다고 자녀의 삶도 불우하리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지나친 감정이입이고, 자신의 경제적 실패의 책임을 가족인 자녀에게도 전가하는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그리고 자녀를 꼭 부모가 키워야만 훌륭하게 잘 자라는 것도 아니다. 자녀에게는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한이 있고 우리는 각자의 삶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현행 형법은 ‘사람을 살해하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며, 특히 ‘존속살해’의 경우 가중처벌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경우인 ‘비속살해’는 가중처벌 대상이 아니다. 동반자살이라는 말에 온정주의적인 기저가 깔려있는데 비속살해도 분명 가중처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비속살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에서 근무했던 정성국 박사는 지난 2014년 발간한 논문에서 “해마다 30∼39건 정도의 비속살해 사건이 발생했다”고 기술했다. 친부모가 자식을 숨지게 하는 사건들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어도 현행 형법에서는 부모 또는 조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의 경우에만 사형 또는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을 뿐 자녀와 손자녀 등을 살해하는 비속살해는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일반 살인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부모로부터 벗어나기 힘들고 회피행동을 할 수 없는 여건에서 발생하는 자녀에 대한 비도덕적인 패륜적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여론이 있지만 여전히 가중처벌 논의 단계이다.

유나가 살아서 자신의 삶을 잘 개척하고 삶을 멋지게 가꿔나갈지 아무도 모르지 않은가. 그 부모조차도 말이다. 유나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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