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몸에 밴 어린시절’ 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W. 휴 미실다인 박사의 유명한 심리학책이다. 30여년 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부모의 양육 태도가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영향력은 단지 어린 시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내재되어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고들어 사람을 ‘내재 과거아’로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당시 이 책을 몇번씩 다시 읽으면서 나는 어떤 부모 밑에서 자라 그 영향으로 어떠한 자아상을 가진 사람이 됐고, 내가 하는 행동과 생각·의식 근본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나의 무의식을 어떻게 처리하고 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이때 처음으로 생각하고 내 자신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됐다.

평생을 중·고교 교사로 살아오면서 나와 비슷한 아이들을 무수히 만났고, 아이들의 행동을 볼 때마다 나는 그 부모를 만나지 않아도 그 부모가 어떤 사람들인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부모들의 행동이 자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실제적인 예들을 보면서 살았다. 때로 정말 저런 부모 밑에 저렇게 훌륭한 자식이 있을까 싶은 가정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심리학자들이 정의해 놓은 테두리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제1차 접촉자인 부모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는다. 부모의 양육 태도와 아이와의 교감·언어·태도·심지어 표정까지도 모두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부모의 모든 것을 아이는 마치 스펀지처럼 흡수하면서 부모가 자기에게 주는 다양한 의사표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사랑하며 격려하고 칭찬하고 그 마음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부모가 보여준 그런 시야로 자신을 바라본다. 그래서 이 아이는 자라면서 긍정적이고 밝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낙천적으로 용기 있게 헤쳐 나가는 정서적으로 강한 사람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반면, 부정적이고 비판적이고 방임하거나 학대하는 부모나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본다. 그래서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다 못해 자학하고 부모가 비난하듯이 그렇게 자신을 비난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아이의 마음에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던 눈이 딱 들어와 나중에는 아이 자신도 자신을 그 부모의 눈으로 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자란아이는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처절하게 싫어하고 피하지만 어른이 돼 자신이 비슷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싫어하던 아버지 같은 술주정뱅이가 되는 이유다.

술을 마시고 가족을 괴롭히던 그 암울한 환경이 싫은데 이미 그 아이의 내면세계에 그 암울한 세상이 바닥에 깔려 있어 그 분위기가 너무도 싫지만 한편으로는 무의식 속에서 그 분위기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껴 자신도 모르게 그런 환경이나 상황으로 몰아가는 이런 비극이 어린 시절의 양육 태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어느 부몬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겠냐마는 아이는 어리기 때문에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는 심리는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부모가 자녀를 향해 내뱉은 말이나 표정이나 행동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정의한다.

그래서 부모 된 사람들은 그들의 말 한마디, 스쳐지나가는 한 줄기 표정까지도 아이가 다 읽고 있고 그대로 답습해 자신의 정체성을 길러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말과 태도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몸에 밴 어린시절에 받은 영향력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죽음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어린 시절이 몸에 배여 부모의 양육 태도대로 살아야하는 것이 인간의 현실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 부모 된 사람들이 있다면 이제부터 자녀에 대한 말과 태도를 바꿔 긍정적인 성품과 좋은 자아상으로 자녀의 삶을 바꿔주는 것이 어떨까 진지하게 건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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