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의 힘 … 거제시 여성축구단

“결혼해서 10여년 동안 누구 엄마, 아줌마로만 살았다.
축구를 통해 선수들끼리 서로 이름 부르며 내 이름을 찾았다.
아들, 남편과 대화할 거리도 많이 생기고 정이 깊어졌다. 축구의 힘이다.”

신흥 강호로 우뚝

“언니, 오른쪽 공간이 비었어요. 패스해요1
유니폼을 갈아입고 운동장을 달리며 ‘파이팅’을 외치는 열혈 주부들.

지난 2005년 11월 창단식을 갖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 거제시여성축구단(단장 옥정표, 감독 김종호)은 현재 23명의 선수들로 구성,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2-3시간 동안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짧은 훈련기간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난 8월말 진주에서 열린 제7회 도지사기 경남생활체육축구대회 여성부 경기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신흥 강호로 성큼 도약했다.

함안군을 2:0으로 꺾고 마산시와 무승부를 기록한 거제시여성축구단은 대회규정이 정한 추첨으로 결승에 올라 진주 민우팀과 자웅을 가렸다.

신현숙 선수(36·마전동)는“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뛰었어요. 결승전에서 1:0으로 지고 난 뒤 너무 아쉽고 안타까워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라며 그날을 회상했다.

김순옥 선수(43·마전동)는 “교체선수가 없어 결승전에선 체력 때문에 너무 고생을 했죠. 한 걸음이라도 더 뛰려고 했지만 발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을 땐 속에서 피눈물이 났습니다”라고 말했다.

11명의 선수들이 예선에서부터 결승까지 모든 경기를 소화한 거제시여성축구단은 이번 대회를 통해 어떤 팀과도 대등하게 경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됐다.

승리의 순간, 짜릿함 기쁨

옥포·아주·마전·고현·동부 여성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거제시여성축구단은 매주 두 번씩 아주공설운동장에 모여 연습경기 등을 통해 조직력과 경기력을 키워가고 있다.

아주 동백FC와 축구동호회원들의 많은 도움으로 실력을 키워가고 있는 여성축구단은 남자 실버팀과의 연습 경기가 경기력 향상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정 선수(36·고현리)는“선수 개개인의 기량보다 중요한 것이 팀 전체의 조직력”이라면서 “연습 때마다 상대를 해준 실버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혜정 선수(31·아주동)는“처음엔 드리블을 못해 넘어지기가 예사고 공을 차도 바로 코 앞 까지 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여전사’로 변신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4-3-3전술을 주로 사용하는 여성축구단이 첫 공식대회에 참가한 것은 올 3월, 창원에서 열린 경남연합회장기 축구대회였다. 전국대회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는 최강의 진주 민우팀과의 공식 전 첫 시합 결과는 0:3패배, 실력 차를 절감한 순간이었다.

이정숙 선수(38·옥포2동)는 “팀이 만들어지고 4달만에 대회에 출전했는데 하필이면 최강팀을 만나 큰 점수 차로 패했다”면서 “너무 속상해 축구를 그만 두려다가 이대로 그만두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 더욱 연습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여성 축구단의 첫 승은 의외로 빨리 이뤄졌다. 첫 대회에 나간지 두 달 뒤에 열린 제1회 생활체육여성축구대회에서였다.

남해군팀과의 경기에서 4:0으로 완승하며 공식전 첫 승과 첫 골의 기쁨을 맛본 선수들은 ‘하면 된다’는 강한 자신감을 덤으로 얻었다.

윤정선 선수(36·동부면)는 “첫 승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그날의 여세를 몰아 경남도지사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즐거워했다.

스트레스 날리는 최고의 스포츠

거제시여성축구단이 자리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련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남편들의 따가운 눈총이 큰 벽이었다.

한윤희 선수(35·수월리)는“축구단에 들어간다고 하니 남편이‘여자들이 무슨 축구냐’, ‘괜히 하다 다친다’며 곱지 않은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조언도 해주고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민은경 선수(36·마전동)는 “아이들이 도지사배에서 준우승한 사진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엄마를 너무 자랑스러워한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축구를 하며 얻은 것은 가족들의 응원뿐이 아니다. 펑퍼짐하던 몸매가 어느새 탄탄해 졌고 느슨하던 마음가짐도 사라진지 오래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해 졌다.

배말숙 선수(32·마전동)는 “몸매와 피부관리에 축구 만한 운동이 없다”면서 “바깥공기 마음껏 마시며 그라운드를 누비다보면 일상의 스트레스는 말끔히 사라진다”고 축구 예찬론을 펼쳤다.

주장을 맡고있는 조상미 선수(37·아주동)는 “도대회에 참가해보니 우리 팀 선수들이 제일 예쁘고 젊었다”면서“축구는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전국대회를 목표로

거제시여성축구단의 목표는 전국대회 출전이다. 도지사배에서 우승을 하면 전국대회 출전권이 주어진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체계적인 훈련과 도움이 부족한 점이 아쉬운 점이다. 거제시의 명예를 걸고 경기에 출전해도 시 차원의 도움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사무실도 생활체육축구연합회 사무실을 빌려쓰고 있고 음료수, 축구화 등은 거의 자비를 털어 충당하고 있다. 선수들의 장비를 보관하는 변변한 락커도 없는 실정이다.

수요일과 토요일에 쓰고 있는 아주공설운동장도 행사가 잡히면 쓰고 싶어도 쓸 수 가 없는 입장이다.

김남숙 선수(32·아주동)는 “시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과 협조를 해줬으면 한다”면서 “좋은 환경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면 좀더 나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전국대회에서 힘차게 그라운드를 누비는 거제시여성축구단의 모습을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해 본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