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 CJ투자증권거제지점 선임차장

안전자산 보유심리 확산 … 원화약세 환차손 우려

외국인 투자자들이 쏟아내는 매물에 주가가 발목을 잡히는 장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이후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2달 가까이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모두 8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 치웠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5%급락했다.

문제는 외국인들의 매도 이유가 국내의  경제·사회적 요인보다 해외 변수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악재들이 해결될 때까지 외국인의 매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매도가 전례 없는 강도로 지속되면서 이들이 주식을 파는 이유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가장 힘을 얻고 있는 논리는 미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 위기를 정점으로 한풀 꺾이는 듯했던 신용위기가 최근 국책 모기지 업체 등의 부실 우려로 되살아나면서 주식등 위험자산보다는 현금이나 채권 등 안전한 자산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크고 지난해부터 아시아 주식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미국 경기 침체 걱정이 완화돼야 매도세가 진정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주식시장 규모가 크고 선물시장이 발달해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주식을 현금으로 바꾸기 쉬운 구조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지수 하락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주식을 팔아도 큰 손해를 입지 않을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신용위기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한 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해외에서 처분 가능한 자산을 모두 처분해 미국 본사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탈의 두 번째 이유는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확산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 국가들의 경제 기반을 훼손할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큰 국가는 유가 상승시 경제 전반에 걸쳐 타격을 받게 된다” 며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둔화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제적인 대응을 해온 나라에 비해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춰온 아시아 국가들의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외국인들의 매도 이유란 견해도 있다.

“외국인들은 경제 규모에 비해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의 매도 규모도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가가 지속될수록 환차손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유가가 오르면 경상적자 폭이 커지고 이는 곧 원화값이 약세로 돌아섬을 의미한다. 외국인으로선 한시라도 빨리 원화가 달러로 바꾸는게 이익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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