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호/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는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인간의 고독한 내면’을 그린 작품인 동시에 ‘자발적 유배를 택한 작가의 장인정신의 승리이자, 오랫동안 반복의 늪 속을 부유하고 있는 한국문학에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이라는 심사위원회의 ‘선정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해전의 총지휘자이기도 했던 이순신이라는 한 개인의 내면의 모습을 복원해 내려는 치열한 작가정신의 산물이었다.

이러한 작가의 새로운 역사소설의 기법은 그 후에 나온 그의 또 하나의 장편소설인 「남한산성」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지금 이 자리는 거제라는 지역이 현대소설 속에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가를 문제삼고 그 작품들을 살펴 나가는 자리인고로,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 속에서 거제는 어떻게 묘사되고 있을까가 우선적인 관심사이다.

따라서 소설의 배경 전체가 거제가 아닌 이상 앞에서 다룬 홍명희의 ‘林巨正’과 같이 작품 전체에 대한 분석은 자연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소설 「칼의 노래」는 ‘조정을 능멸했고, 임금을 기만했으며, 조정의 기동출격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나이 53세가 되던 1597년(정유년) 2월 26일 한산 통제영에서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된 뒤 그해 4월 1일 서울 의금부에서 풀려나 한 달 만에 순천의 권률 도원수부에 당도하여 신고하였으나 도원수 권률이 임지와 보직을 정해주지 않아 무기한 대기상태로 백의종군(白衣從軍)하던 시점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다. 그 이전의 과거 시간들은 회상적 기법에 의해 재구성된다. 거제가 작품 속에 언급되는 부분들을 차례대로 살펴보자.

① 「칼의 노래」와 거제 칠전량 해전

이순신이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를 다시 맡게 된 계기가 됐던 사건, 즉 후임자 원균의 함대가 거제 북쪽의 칠천량 앞바다에서 전멸되다시피 한 사건 당시(1597년 7월 16일)의 상황을 소설은 다음처럼 서술하고 있다.

「정유년 여름에, 경상, 전라, 충청의 삼도 수군 연합 함대는 거제도 북쪽 칠천량 앞바다에서 전멸되었다.(……) 갑옷마저 잃어버린 원균은 거제도의 산속으로 달아났다. 그는  칼 한 자루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는 나무 그늘 아래 주저앉아서 그 뚱뚱한 몸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뭍까지 쫓아온 적의 칼을 받았다. 전라 우수사 이억기도 죽었고 충청 수사 최호도 배가 부서질 때 바다에서 죽었다.」

작가자신이 ‘연도별 사건보다도 그 사건들이 당대사 속에서 보여주는 무늬와 질감들이 드러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작성한 소설 말미의 ‘충무공 연보’에서 거제 칠천량 해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칠천량 해전은 바다에서는 원균이 지휘했지만, 작전을 기획하고 강행한 사람은 도원수 권률이었다.

이 참패의 전술적 책임은 원균에게 있고 전략적 책임은 권률에게 있고 정치적 책임은 병조판서와 임금에게 있을 것이다.’ 라고. 칠천량 해전에서 우리의 삼도 수군 연합 함대가 참패하자 그로부터 7일 후인 7월23일 조정에서는 이순신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하게 된다.

② 「칼의 노래」와 거제 율포 해전 그리고 옥포만 해전

삼도수군통제사를 다시 맡아 해전에 대한 준비를 하던 중 이순신은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지난 임진년 거제의 율포(밤개) 싸움을 회상한다.

「여름 장마 때는 임진년 율포 싸움에서 총맞은 왼편 어깨가 결렸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무릎과 허리가 함께 아팠다. 허리의 통증이 허벅지와 장딴지의 신경을 타고 내려가 발가락 끝까지 저렸다. 임진년 율포에서 적탄은 어깨뼈에 깊이 박혔다. 그때, 엿새 동안 거제, 고성 연안의 당포, 당항포, 율포를 기습해서 적선 50여 척을 바다로 끌어내 온전히 부수었다.(……) 언제 적탄이 날아와 박힌 것인지 기억이 없었다. 진을 거두어 가까운 숙영지로 돌아갈 때 어깨가 빠지는 듯이 아팠고, 피에 젖은 겨드랑이 미끈거렸다. 몸에 박힌 적탄은 묵직하고 뻐근했다. 적탄은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더 깊었거나, 각도가 심장 쪽이었다면 아마 그때 나는 율포에서 죽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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