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이타마현 현지 취재

‘약광(若光)’의 신위 모신 성천원도 장관
일본 히다카시 둘러보면 … 타임머신으로 여행 착각

일본의 도쿄에서 열차로 두 시간 남짓 거리, 사이타마현 히다카시(日高)에 들어서면 1300년 전 고구려의 숨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고마군의 수장, 약광왕(若光王)의 넋을 기리는 성천원(聖天院)과 고려신사(高麗神寺), 그리고 수많은 발길들이 머물렀던 고려역(高麗驛)이 소재한 곳 히다카시, 그곳엔 고려인의 실루엣이 움직이고 있다.
약광왕이 1,799명의 고구려 사람을 이끌고 이곳에 정착, 광야를 개척하고 산업부흥에 나선지 어언 1292년, 사람과 의상, 집들, 그리고 생활습관 등 모든 것이 이미 오래전 일본화 됐지만 이곳에 뿌리내린 고려 혼(魂)은 아직도 변치 않고 그들만의 삶터를 지켜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거제출신 재일교포 독지가 윤병도 회장이 80평생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쏟아 부어가며 성천원 중건, 고려신사 재정비와 함께 고려촌, 고려역 등 고구려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는 사업을 펼치는 등 역사의 바퀴를 되돌리고 있어 일본 속의 고구려 혼이 잠깨어 일어 설 날은 머지않다.
본지는 지역 인터넷언론매체 거제타임즈(대표 박춘광)와 함께 2박3일간(6.27~29) 옛 고구려 삶터를 현장 취재했다. 이번 취재를 주선한 전 국회전문위원 신용주 선배님, 세계항공여행 거제지사 이금숙 지사장께 감사드린다.

고려사로 불리는 승천원

승천원과 고마진자(고려신사)의 유래

도쿄 이케부쿠로역(Ikebukuro)에서 1시간 남짓 거리, 사이타마현에는 고려향(작은 도시명)과 고려역, 그리고 고려사(高麗寺)로 불리는 승천원과 고마진자 등 옛 고구려 유적들이 즐비하다. 

특히 승천원은 약광왕이 일본으로 건너오면서 가져 온 불상의 이름을 따 승천원이라 명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약광의 신위를 모시고 있다.

고마진자는 한반도인들이 제단을 세우고 조상신께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린 곳이다.

972년 완성된 일본 고대 율령집 ‘엔키시키’ 9-10권의 진묘초는 사이타마현 고마진자는 고구려 왕족인 약광왕을 모신 신사로 모든 관리는 그의 자손들이 맡아 왔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현재는 제59대 고마 쓰미오씨(72)가 모든 것을 맡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승천원 정문

정감 넘치는 ‘히다카시’

히다카시, 즉 일고시(日高市)는 서기 716년, 고구려의 왕족이었던 약광(若光)이 스루가(相模: 지금의 가나와), 가즈다(찌바), 시모후자(찌바이바라기), 히다찌(이바라기), 시모노스케(도찌키) 등 7개 지역에 살던 고구려인 1799명을 이끌고 이주해 망국의 한을 달래던 곳으로, 지명부터가 정감 넘치는, 일본 속의 고구려라는 뜻인 듯하다.

더구나 히다카시는 지난 1889년(명치 29년)까지는 고마군으로 불리었고 현재도 이곳에는 고려향(사이타마현의 작은 도시)과 고려역(高麗驛)이 여전히 존재하는 등 고구려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석가여래상을 모신 소법당

기지개 켜는 고구려 혼

속일본기는 승천원, 즉 승낙사(勝樂寺)는 약광왕의 사후 ‘지넨소 쇼오라쿠’가 약광의 성불을 기원하기 위해 751년에 건립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약광왕의 3남, 쇼오운(聖雲)과 손자 고오진(弘仁)이 쇼오라쿠의 유지를 이어 이를 보전해 왔으며 한때는 법상종, 진언종으로 명칭이 변경되기도 했다. 1580년(天正 8년)에는 본전을 부동명왕(不動明王)으로 하는 등 현재까지 1257년간을 계승해 왔다.   

지난 2000년에는 거제출신 윤병도 회장의 재정적 뒷받침으로 산중턱에 새로운 본당을 건립하고 사찰 바로 옆에는 ‘무연고 재일동포 위령탑’도 세웠다.  

승천원 본관 우측에 모셔져 있는 단군상

또 본관 우측에는 단군상을 모신 가운데 단군상의 좌측으로는 고구려 19대 광개토대왕, 신라 29대 무열왕, 백제의 왕인 박사, 고려중신 정몽주, 조선의 신사임당 상도 세워 고구려는 물론 백제, 신라 ,조선 등 민족혼이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다.

이곳 사찰 요꼬다(70) 주지승은 벌써부터 고구려인으로 살고 있다. 그는 분명 일본인이면서도 그 어떤 사람의 부름이나 수상(首相)에 버금가는 고위공직자의 면담 요청도 손만 내젖고 마는 이색적 인물로 정평 나 있다.

그러나 고구려인의 후손, 우리들의 요구에는 정겨운 대화는 물론, 선뜻 카메라의 포즈까지 취해주는 것은 아마도 민족의 동질성 때문이리라.    

사진 왼쪽부터 재일교포 윤병도 회장, 요꼬다 주지승, 필자 반용근

사쿠라 본고장에 ‘무궁화동산’ 까지

최근 일본 사이타마현 치치부시 ‘미나노마치’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볼꺼리가 탄생했다.
윤병도 회장은 자신의 소유 땅, 35만평에 지난 1996년, 10만5000본의 무궁화를 심었다.

붉은색 푸른색 분홍 흰색 보라 등 총 18종 무궁화는 일본 전역에서 수집, 이제 일본 땅에서 이곳 미나노마치를 제외하고는 무궁화를 보기 어렵게 됐다.

뿌리와 씨를 통해 종족번식을 번식하는 무궁화는 이제 30만 본에 가까울 만큼 그 수가 늘었다.     

8·15를 전후해 꽃이 피기 시작하는 무궁화는 사쿠라의 본고장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한국민의 자긍심 고취는 물론 관광 상품으로도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인근에는 신라고분이 덩그렇게 버티고 서 있는데다 고가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을 비롯, 원시인들의 생활공간도 재현해 한국 관광객들의 구미를 당기는 관광지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제식당이 들어설 부지조성 작업모습

거제식당 건립에 박차

‘미나노마치’ 중심지에 한국음식 전문점, 거제식당(가칭)이 웅지를 틀 전망이다.

윤병도 회장은 자신의 땅 450평에 중장비를 동원, 터를 고르는 등 이미 식당 건립에 착수했다. 이곳 식당에는 짭짤한 젓갈류를 비롯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각종 해산물과 싱싱한 농산물을 재료로 한국인이 즐겨 찾는 전통 한식을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윤 회장은 거제식당의 성공 가능성을 99%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거제식당 건립 예정지를 중심으로 10㎞ 이내 위치한 골프장만도 10군데에 이르는데다 이중 2곳은 이미 한국 사람이 인수, 한국 관광객 및 골퍼들의 투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끄는 증기 기관차. 이는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관광객 관심 끌기 충분

사이타마현은 최근 일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구려의 혼을 담고 있는 고려촌이나 약광의 신위를 모신 성천원과 고려신사가 그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또 이들 유적지 인근에는 윤 회장이 운영하는 1만2,000평 규모의 ‘간나노’ 나트륨탄산 온천까지 있는데다 또 이곳에서 30분 거리, 굿마겐다까사끼에는 일본에서 가장 크고 높은 41m의 ‘백의관음불상’이 인자한 모습으로 서있다.

또한 윤 회장이 살고있는 사이타마현 치치부시를 관통하는 급물살의 강은 레프팅에도 안성맞춤, 고려향을 포함한 일대는 한국관광객의 구미에도 10문7이다.

또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에서 미쯔미네까지 72.7㎞는 금,토,일 주 3회 ‘은하철도 999’의 모델이었던 증기기관차가 운행, 또 하나의 이색적인 볼꺼리가 되고 있다. 때문에 이곳은 2박3일의 관광지일정으로는 수박 겉핥기식 관광도 무리다.  

한 4일쯤 마음 푹 놓고 이곳을 탐방하다보면 옛 고구려의 숨소리도, 황야를 개척해 벼농사를 시작하는 고구려인의 실루엣도 확인이 가능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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