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운문-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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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단

김 기 자 (신현읍 장평리)

 

추락할지언정 제대로 날아본 적이 없는 까닭에

오늘 아침이 더욱 슬프다

쇠망치소리로 일상을 여는

내세울 위인 하나 없는 가계족보는

평생 가난의 등짐 위로 제기 몇 벌 달랑 얹어 내보냈고

무기수의 운명처럼

잿빛 하늘에 그려진 그 길을 묵묵히 걷는,

 

날개가 없어 날지도 못하고

더욱이 추락은 꿈조차 꿀 수 없는,

굴러 떨어질망정 제대로 한번 오르고 싶은

외로운 그 꿈이 너무 슬프다

 

출세의 엘리베이터를 탈 수도, 탈 줄로 모르는 그는

오늘도 이른 새벽 통근버스에서 선 잠 깬

처자 얼굴 그리며

묵묵히 삶의 백 팔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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