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부 산문-장원>

▲<중등부 산문-장원>

인 터 넷

거제중앙중학교 1-4 박 현 정

 

학교수업을 마치고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내 방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나는 오빠가 키보드 소리를 내며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순간 화가 난 나는 “지금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얼른 나가!”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한테 들키면 아주 큰일이기도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14살짜리 여자의 방에 함부로 들어와 자기 멋대로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이 더 화가 났다.

내 방에는 우리 오빠가 보지 말아야 할 것도 있고, 인터넷상에 비밀스러운 정보도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생활을 존중해주지 않는 듯한 우리 오빠가 나는 정말 미웠다. 그래서 어머니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그 일을 다 일러바쳤다. 그 대가로 오빠는 엄마로부터 잔소리를 듣고 벌을 받아야 했다.

그 후부터 오빠는 틈만 나면 나를 괴롭혔다. 나 때문에 자기가 혼이 난 걸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우리 가족을 화목하지 못하게 만든 인터넷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일주일이 지나갔다.

학교에서 나는 친구 은성이에게 “이번 주말에 우리 같이 놀러 갈래?”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니, 미안해. 나 이번 주말에 약속이 있어.”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뭐? 도대체 누구랑 가는데?”하고 물었다. 그러니까 은성이는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와 처음으로 만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터넷상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만나서 직접 대면하다는 게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은성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들뜬 내 단짝의 마음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업시간이 되었지만 선생님의 목소리가 도무지 귀에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인터넷이라는 그 나쁜 놈은 왜 자꾸 나를 괴롭히는 것일까? 인터넷이 나의 소중한 것들을 모조리 빼앗아가는 것만 같았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어머니와 단 하나뿐인 오빠를 싸우게 함으로써 사이가 점점 나빠지는 것 같았다. 어머니에게 혼이 난 뒤에도 나하고 오빠가 다시 싸웠기 때문에 어머니와도 나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나의 영원한 단짝 은성이도 빼앗아가 버렸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런 가운데 은성이는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와 친한 더욱 더 친해져 주말마다 놀러가곤 했다. 그럭저럭 마음이 상한 나는 은성이와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매일매일 쓰던 교환일기도 고작 일주일에 한두 번씩만 쓸 뿐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인터넷에 대한 커다란 증오심을 가지고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엄마, 우리집 컴퓨터의 인터넷을 정지해주세요. 오빠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가 화나잖아요. 오빠도 공부해야 될 텐데 말이에요.” 어머니는 내 말에 동의했는지 아버지와 상의를 해보겠다고 하셨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오빠는 화를 내면서 어머니가 외출할 때마다 내 방에 들어와 컴퓨터게임을 하였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어찌해야 할 지 몰라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만일 이 사실을 어머니께 이른다면 오빠가 날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오빠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말로써 계속 설득을 하였다. “오빠! 제발 이러지마! 오빤 이제 3학년이잖아. 좋은 고등학교에 가서 오빠의 장래를 만들어나갈 때라고! 시험이 이제 한 달도 안 남았잖아!” 이를 듣고서도 오빠는 들은 채 만 채 하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도대체 오빠가 왜 이러는지 모를 일이었다. 바로 이런 것이 뉴스에 나오던 “인터넷중독‘이라는 것일까? 인터넷 중독자들이 매우 한심하고 이상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리 오빠가 그런 사람이라니.... 너무 슬퍼서 나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주에 우리 집 컴퓨터의 인터넷은 정지되었다. 나는 속으로 너무 기뻤다. 오빠를 위해서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나는 심각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수행평가인 조사 숙제가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친구들 숙제를 베끼는 것도 하루이틀일인지라 눈앞이 깜깜했다.

그제서야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모든 것에 장단점이 있듯이 인터넷에게도 장점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인터넷이 나쁜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인터넷이 주는 정보의 고마움을 새삼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께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오빠에게 적당히 인터넷하는 방법을 알려주도록 했다. 내 친구 은성이도 한 달 만에 만난 그런 친구보다는 몇 년을 함께 한 우정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인터넷도 좋고 친구 은성이도 좋다. 또 점점 인터넷 사용이 나아지고 있는 우리 오빠도 너무 좋고 자랑스럽다. 수행평가도 인터넷을 통해 잘 마무리하여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므로 나는 행복한 아이가 된 것 같다. 인터넷으로 인해서 말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