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부 고학년-산문-장원>

▲<초등부 고학년-산문-장원>

 

소 나 기

국산초 6-4 석 희 진

 

“어서 일어나! 어서!”

아침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엄마의 잔소리가 들린다.

“진아! 어서 일어나지 못해?”

 

난 이렇게 살고 있다. 아빠는 교통사고로 작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지금은 나와 엄마만 단둘이 살고 있다. 졸린 눈을 비비며 걸어가고 있는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니 매우 기분이 좋았다. “아싸!”

 사실 오늘은 옥포초등학교와 축구시합이 있었다. 1교시부터 축구시합을 하였다. 나는 우리 팀의 에이스 중 에이스이다. 운동장으로 나가니까 다른 친구들도 모두 몸을 풀고 있었다.

전반 경기가 끝나고 친구들은 모두 엄마에게 달려가 물 한 모금 마시며 땀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우리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늘 그랬다. 운동회나 학예회조차 엄마는 오시지 않았다.

오늘 축구시합은 2:1로 우리가 이겼다. 유독 승부욕이 강한 나는 평소 같으면 친구들과 웃으며 오늘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오늘은 왠지 뭔가 마음이 꽉 막힌 느낌이었다.

학교 수업이 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그 맑던 하늘은 어디가고 갑자기 새까만 먹구름이 가득하였다. ‘오늘 비가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아, 소나기인가 보다. 금방 그치겠지….’

우산도 없던 나는 결국 비를 맞으며 우리 집 쪽으로 뛰어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깜깜할 뿐이었다. 아무 말이 없는 우리 집, 소리하나 없는 우리 집이었다. 혼자서 TV를 보다가 학원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비는 그쳐있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우리 엄마가 꼭 소나기처럼…. 아무 말 없어도 그 느낌만은 그대로 남아있는 소나기…. 보고 있으며, 상쾌하고 산뜻하고 친구 같은 그런 소나기…. 우리 엄마가 소나기만 같았으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학원에 도착한 나는 무슨 수업을 들었는지, 무얼 쓰고 있었는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어... 왔어?”

엄마의 힘없는 목소리…. 왠지 눈물이 날 것 같고, 짜증날 것 같기도 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방에 들어가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오늘 축구시합 어땠니? 이겼어?”

“꽝!”

세게 문을 닫고 나는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머릿속을 맴도는 소나기, 소나기, 아! 소나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소나기란 나에겐 의미 있는 말이다. 아빠가 교통사고가 낫을 때, 그 날도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 땐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마 아빠는 굵은 바늘 같은 소나기를 맞아서 아팠을 거야. 그래서 힘들어 하늘에 소나기를 그만 내려달라고 부탁하러 갔을 거야….’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 생각을 하면 말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아 더 이상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일주일 후, 장마철이라 그런지 소나기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그날처럼 뛰어서 우리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에게 우산을 내밀었다.

“자, 진아! 우산도 안가지고 가면 어떻게”

엄마였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나는 꾹 참았다. 엄마에게 씩씩한 아들이 되고 싶었다. 마음이 정말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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