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금 거제시 여성합창단장

“휘센 합창대회에서 은상을 받을 만큼 거제시여성합창단의 실력은 뛰어납니다. 앞으로 단원 모두의 힘을 모아 시립합창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지난달 19일 서울 유니버셜아트센터. 전국의 내노라 하는 여성합창단 12개 팀이 출전한 제5회 휘센합창대회 시상식에서 은상의 영예를 안은 거제시여성합창단.

수상의 기쁨과 감격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단원들 한 가운데에 손순금 거제시여성합창단장(44·신현읍)이 있었다.

넉넉지 않은 예산 탓에 대회 날 새벽 5시30분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했던 단원들은 출전팀 가운데 가장 늦게 대회장에 도착했다.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연습에 들어갔고 12개 참가팀 가운데 10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주최 측에서 가장 멀리서 오는 팀이라고 리허설 시간도 제일 늦게 배정을 해 놨더라구요. 유니버셜아트센터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목을 풀고 무대에 올랐지요.”

참가팀들의 무대가 모두 끝나고 결과가 발표되던 시간. 은상에 거제시여성합창단의 이름이 불려지자 손 단장의 가슴속에 “해 냈구나” 라는 뿌듯함과 왠지 모를 아쉬움이 교차했다.

그녀는 “부산 지역예선을 끝내고 5월 한 달 동안 연습시간이 있었지만 쉬는 날이 너무 많아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없었다”면서 “상을 받으면서도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연초면 연사출신인 그녀가 거제시여성합창단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4년. 학창시절 줄곳 합창단 생활을 해온 그녀였기에 여성합창단의 문을 두드린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사는데 정신이 팔려 다른 것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는 손 단장은 단원이 되고 1년 뒤 곧바로 사무국장직을 맡을 정도로 열정적인 단원이었다.

사무국장을 담당하며 노래 연습하랴, 합창단 챙기랴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지난 2006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해 8월 제주에서 열리는 탐라대회 출전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것이 추억의 시작이었다. 비행기 표와 숙박, 연습장소 섭외 등 모든 일정을 맡긴 여행사가 문제를 일으킨 것.

제주로 출발하는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김해에서 인천까지 이동해서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연습장소가 없어 발품을 팔기도 했다.

손 단장은 “아직도 그 때 일만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라면서 “거제로 돌아 올 때도 비행기 티켓이 없어 한 팀은 김해로, 한 팀은 인천으로 이동하는 등 고생이 이루 말로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고개를 내 저었다.

그녀는 지난 2007년이 거제시여성합창단의 짧은 침체기였다고 진단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단원들이 많이 빠져 나갔고 남은 단원들도 갖가지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손 단장은 “어느 순간인가 단원들 사이에 이래선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힘들고 어려운 시기지만 단원들 모두가 똘똘 뭉쳐 연습에 매진하면서 탈출구를 모색했다”고 말했다.

휘센합창대회 은상도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낸 단원들의 열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대회 지역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의 가슴 벅찬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전했다.

그녀는 “지역 예선에서는 우리 팀의 기량보다 120%정도 더 많은 능력이 발휘됐던 것 같다”며 “기뻐하고 즐거워하던 단원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국내 대회 최고상을 수상한 뒤 세계합창제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손 단장은 그 동안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박태복 후원회장을 비롯한 소준기, 곽태영, 김태열, 박인섭씨 등 후원회원들과 관계 공무원, 재경·재부향인회 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손 단장은 “현재 거제시여성합창단은 시립합창단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시립합창단 설립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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