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록 거제향교 전교

“사회가 황폐해지고 인면수심의 범죄가 발생할수록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바탕으로 한 유교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유림들이 솔선해서 모범을 보여야죠.”

제36회 성년의 날 행사가 열린 지난 19일. 거제향교에서 만난 반석록 전교(76)에게서는 꼿꼿한 유림의 향기가 물씬 배어났다. 지난 2007년 7월 제13대 거제향교 전교로 취임한 그는 거제유림의 수장으로 옛 성현의 가르침과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봄과 가을의 2차례에 걸쳐 열리는 석전대제와 성년식, 기로연을 주관하고 있는 반 전교는 요즘 세태에 대한 걱정을 먼저 드러냈다.

“사람이 살면서 도덕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한 그는 “그 틀을 벗어나면 사회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인의예지’가 중심인 유교의 가르침이 선행돼야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반 전교의 설명이다.

또 젊은 세대들이 유교를 학문이 아닌 종교의 하나로 여기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라면서 유교란 공자를 비롯한 옛 성현들의 학문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선친에게 한학을 공부해온 반 전교는 전통예절이 몸에 배여있다. 신현읍 공무원과 신현 농협 상무(옛 명칭은 ‘참사’라고 한다)를 지낸 반 전교는 거제시노인회 사무국장과 거제반씨종회장 등 많은 직책을 맡아 왔었다.

그가 거제 향교에 몸 담은 지도 벌써 20여년.
그의 주변사람들은 그를 보고 숭조상문(조상을 우러러 공경하고 문중을 위함)의 전통을 지키고 효행과 덕행이 지극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성격이 온화화고 강직한 그는 술로 건강을 유지한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두주불사(斗酒不辭)형이다. 풍류를 즐기기 위해 말술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향교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반 전교는 “향교가 옛 성현의 제사만 지내고 몇몇 행사만 열리는 곳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면서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교육의 장으로 더욱 성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향교에서 전통문화 계승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취지의 일환이다. 5월 중으로 충·효·애(忠孝愛) 백일장 대회를 개최하고 6월 중에는 대학교수와 유림학자를 초청해 ‘유림강좌’를 열 계획이다.

또 방학기간을 활용,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한문교실과 충·효 인성교실을 개강할 예정이다. 이같은 계획 모두가 향교가 옛 교육기관이었음을 어린 학생들에게 알리고 우리의 전통사상을 가르쳐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위한 유림들의 애정이라는 것이 반 전교의 설명이다.

그는 향교가 나이 많은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팽배한 것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경북 안동의 소수서원 같은 곳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 전통과 옛 성현의 가르침을 배우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거제향교는 단지 문화재로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반곡서원에서 후학을 양성하던 맥이 끊어진 것 같아 너무 아쉽다”는 그는 “우리 유림부터 솔선수범하고 더욱 분발해 많은 시민들의 교육의 장으로, 역사의 배움터로 향교를 활용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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