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면 법동리에 있는 '하미정(荷湄亭)'.
거제면 법동리에 있는 '하미정(荷湄亭)'.

거제시 둔덕면에서 지방도 1018선을 따라 거제면으로 가다 법동낚시공원으로 가기 전 모퉁이에는 '하미정(荷湄亭)'이라는 조그만 건물이 하나 있다.

정자(亭子)의 이름이 '하미정(荷湄亭)'이라 불린 것은 양하미(揚荷湄), 즉 '물가에 연꽃이 날린다'란 뜻이다. 현재 하미정은 1948년에 무너져가는 정자를 임시로 고쳐 만들었다.

정자 안에는 여러 개의 현판이 걸려 있는데, 김씨·허씨·이씨·권씨·윤씨·조씨·구씨 등 거제지역 문인의 글귀가 30명에 이른다. 하미정은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 시절 한때 거제도 유림들이 모여 풍월을 읊었던 곳으로 보인다.

고영화 고전문학연구가에 따르면 조선말기, 거제면 법동리 북쪽은 고당(姑堂)리가 있었고, 이 정자(亭子)가 세워질 시기에는 '하미정' 인근 마을을 '하당(荷堂)', 하당(荷塘) 또는 '하미(荷湄)'라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법동리는 곽(郭)씨 집안의 집성촌이기도 하다. 석초 곽종택의 한시(漢詩)에는 법동 곽씨는 중국 송나라 때 고려로 귀화한 '곽경'과 그리고 의병장 곽재우 장군의 후손으로 임진왜란 이후 '곽수봉' 선생이 '법동리 율리'라는 작은 마을에 정착해 학문에 대한 명성이 알려져 하미정을 세운 것으로 전하고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당산제'나 '별신제'를 지냈다고 한다. 하미정에는 곽종택(郭鍾澤) 외에도 곽영선(郭英善)·곽도순(郭度淳)·곽홍곤(郭洪坤)의 글도 있어, 법동 곽씨 집안의 화려했던 지난날의 문맥(文脈)을 엿볼 수 있다.

명계(明溪) 김계윤(金季潤·1875∼1951)의 '하당기[荷塘記]'에 따르면 곽씨 집안은 문장 호걸인 이태백(李太白)과 도덕지학(道德之學)의 염계(濂溪) 주돈이를 유달리 사모했으며  곽씨 집안의 뛰어난 문필은 가히 공경할만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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