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복 원장/자향한의원

요즘 온나라를 들끓게 하는 병이 두 가지 있는데 바로 광우병과 조류독감이다.

특이하게도 이 두 가지는 모두 가축이 걸리는 병이지만 우리 인간들 입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사람에게도 옮길 수 있는, 즉 사람에게로 ‘교차감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광우병은 아직 여러 가지로 논란이 많고 검증의 문제도 있어 다음에 거론하기로 하자.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조류독감은 고병원성 AI로 사람에게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나 고온으로 처리해 먹으면, 다시 말해서 삶아먹거나 구워먹으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정부도 이를 보증하고 있다.

마침 어제 퇴근하고 집에 가보니 오리양념구이를 준비해 놓아서 별 신경쓰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세태가 이상해서인지 동물들이 걸리는 병들이 한꺼번에 말썽을 부린다.

독감과 감기는 엄연히 다른 질병이지만 으레 사람들은 연속선상에 있는 질환으로 생각한다. 물론 외부의 사기가 우리 몸에 들어와 병을 일으킨다는 점은 같다.

이렇게 감기나 독감처럼 외부의 원인으로 인해 앓는 병을 한의학에서는 ‘외감병(外感病)’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우리 사람들이 잘 걸리는 감기에 대해서 좀 알아보자.

감기(感氣)는 말 그대로 외부의 기(氣)운에 감(感)촉된 것을 뜻한다.
여기서 외부의 기운이란 것은 한의학에서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라고 하는 육기(六氣)인데, 바로 이것에 침입을 당했다는 의미이다.

한자를 봐도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풀이하면 바람, 추위, 더위, 습기, 건조함, 화기인데 그 중 화기와 더위는 비슷하고 나머지는 우리들이 쉽게 접하는 기후나 외부조건들이다. 즉 외부의 기후환경에 따라 밖에서부터 사기(邪氣·좋지 않은 기운)가 들어오는 것이 감기이다.

감기는 이러한 기운에 따라 몸에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지는데 한기가 들어오면 추워하는 증상이 많고 습기에 감하면 몸이 무겁고 축축 늘어지며 서기에 감하는 것은 우리가 말하는 더위먹은 것과 같은 것으로 입맛이 떨어지고 미열이 지속적으로 나고 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있다.

한의학이 워낙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형성되고 발전하다보니 나머지 것들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유추가 가능하다.

또 이러한 것은 계절과도 밀접해서 한기는 겨울, 서기는 여름, 습기는 장마철, 조기는 가을에 유행한다.
원래 감기의 의미는 이랬지만 요즘 우리가 감기라고 하는 것은 이 여섯 가지 중 한기나 풍기의 침범을 당한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감기는 초기에 오슬오슬 춥고 떨리다가 열이 나고 목이나 어깨, 팔다리가 쑤신다. 그리고 겨울을 중심으로 가을·봄의 환절기에 잘 걸린다.

육기가 우리 몸을 침입한 경우에는 이렇듯 초기에는 사기의 특징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몸의 상태에 따라서 혹은 다르게 혹은 비슷한 경로를 밟아 증상이 변하게 된다.

후자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오랫동안 감기를 앓고 난 후 기침만 하게 되는 경우로, 한의학에서는 이를 꼭 감기로 보고 치료하지는 않는다.

환자들 중 한 달씩 기침을 하기도 하고 이런 증상이 두려워서 천식검사도 받아본다. 그러나 천식은 아니라고 하지만 치료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인의 경우 심하면 서너달씩 기침을 하기도 하는데 주로 밤이나 오후에 심해지고 몸이 피곤한 경우 기침을 더 한다.

또 컹컹거리며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목이 간질간질 하면서 마치 무엇인가 걸린 듯하며 기침을 한번 시작하면 계속 몰아서 하는 경향이 있다.

또 잠을 잘 때 식은땀을 잘 흘리고 심해지면 관자놀이와 입술이 빨개지고 혀 특히 혀끝이 붉어지며 몸은 마르고 간혹 가래나 침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 경우 초기감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을 한다. 이 경우는 외부에서 나쁜 기운이 들어온 외감증이라기보다 음기가 허해서 나타난 음허증이 있기 때문에 감기 초기와 같이 사기를 밖으로 몰아내는 방향에서 치료를 한다면 별로 효과없이 시간만 끌 뿐이다.

당연히 음기가 허해서 나타난 증상이기 때문에 음기를 보충하는 방법을 기본으로 해서 치료해야 한다.

이러한 음허증은 오랫동안 병을 앓고 난 후에도 잘 나타나고 체중이 갑자기 줄어든 경우, 지나치게 설사나 땀 등으로 인해 체액이 손상된 후에도 잘 나타난다. 이렇듯 오래된 감기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여 치료한다는 것을 환자들도 잘 알고 치료에 응하면 좋을 듯하다.

요즘 지난 겨울과 환절기에 걸린 감기로 오랜 기침을 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봄은 먼지도 많고 꽃가루도 날리고 기온 변화도 심해 우리의 호흡기가 여러모로 고생을 하는 시기인 듯하다.

아무쪼록 우리의 오랜 감기도 빨리 낫고 조류독감도 빨리 제어되며 광우병 문제도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 우리의 건강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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