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황희(黃喜) 정승과 소 이야기는 유명하다. 젊은 날 길을 가다 소 두 마리로 쟁기질하고 있는 농부를 봤다. 황희는 나무그늘에서 쉬면서 농부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어르신, 그 두 마리 중에 어떤 놈이 일을 더 잘합니까?" 그러자 농부는 소를 세워놓고 밖으로 나와 황희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누렁이는 일도 잘하고 말도 잘 듣는데 검정 소는 힘은 좋으나 꾀를 부리고 게으릅니다."

황희는 어이가 없어 다시 묻는다. "그게 무슨 비밀이라고 거기서 말씀하시면 될 것을 여기까지 오셔서 그것도 귀에 대고 말씀하십니까?" 그러자 농부가 말했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일지라도 지를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은 압니다. 내가 좋다는 놈은 괜찮겠지만 싫다는 놈은 얼마나 서운하겠습니까?"

이 이야기에 나오는 검은 소(黑牛)는 우리나라 전통소의 한 종류로 기록에 의하면 고려 성종2년(983년) 진주관목관에 소속된 목장을 거제섬에 설치했는데 칠천도에는 검은 소를 가조도에는 붉은 말을 방목했다고 했다.

조선 말엽인 고종 30년(1893년) 거제부읍지에는 나라 제사용 제물로 매년 6월, 검은 소 5마리를 도축해 공물(貢物)로 예조에 바쳤다고 했다. 당시 각 지방에서는 토산품을 나라에 진상했는데 거제의 26종 토산품 중 흑우가 첫 번째였다.

칠천도(七川島)는 본래 칠천도(漆川島)였다. 칠(漆)은 '옻나무-옻칠(검은 칠)'을 뜻하며, 칠천도 옥녀봉을 중심으로 검은 소떼가 있는 모습이 마치 옻칠한 듯 검게 보였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때 소위 '한우표준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한국소의 빛깔은 적갈색, 일본소의 빛깔은 검은색으로 지정해 흑우의 고유성을 말살시켰다. 이후 흑우는 농가에서 외면 받았다. 다행이 2013년 검은 소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해 보호하게 됐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약 1300두 정도 기르고 있는 검은 소를 거제 특산물로 재조명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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