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죄질불량, 원심형량 너무 가볍다" 3년 높여 중형 선고

거제시 A면 지역 별정우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고령층이나 글을 모르는 지인 등에게 예금유치 명목으로 13억원 가량을 편취한 60대가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3년 높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부(최복규 부장판사)는 지난 4일 A(65·여)씨의 사기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1심 판결인 징역 7년 보다 3년을 높여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는 납득키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별정우체국장 지위를 악용해 10명을 상대로 13억을 편취한 수법이 불량하며, 피해금액도 크고, 잘못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도 하지 않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잃게 되었고, 경제적 파탄과 노후자금, 가족사망보험금까지 포함되는 등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이 정당하고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며 "피고인의 나이·성별·환경·범행동기·내용·수단과 결과·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할 때 원심 양형이 오히려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3년을 높여 선고하는 이유를 판시했다.

앞서 제1심인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지난해 9월7일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에 대해 피고 A씨측과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를 제기했다.

통영시에 거주하는 A씨는 2008년 7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한 노파로부터 총 19회에 걸쳐 1억3000만원을 편취했다. 또 2008년 7월 당시 남편 퇴직금 5000만원을 저금하기 위해 찾아온 지인에게 "챔피언 정기예금 계좌를 개설해 그 계좌에 돈을 입금하겠다"며 "통장에 기계로 입금내역이 찍히게 되면 노인연금 타는데 좋지 않으니 볼펜으로 거래내역을 직접 작성해주겠다"고 속여 5000만원을 편취했다.

이와 함께 A씨는 2012년 9월 통영의 한 지인에게 "예금가입 실적이 필요하다"면서 "예금 실적이 높아지면 나도 수당을 받을 수 있으니 내게 돈을 맡기면 네 명의로 예금상품에 가입해 주겠다"고 속여 거액을 편취하는 등 2012년 9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통영시에 사는 지인 9명으로부터 총 69회에 걸쳐 10억5800여만원을 교부받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거제가 친정인 A씨는 당초 시아버지가 운영하던 별정우체국 교환원으로 근무를 시작해 1999년 4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사무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시숙·남편에 이어 2012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해당 우체국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보니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은 수십년간 지역에서 얼굴을 익힌 주로 고령층의 면민들과 A씨 자식이 다닌 통영의 한 고교 학부모 모임 등 통해 알게된 지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피해경위 진술과 수사를 통해 밝혀진 A씨 수법을 보면, 지인들에게는 비교적 높은 이자를 약속하면서 투자 차원의 우체국 보통예금이나 정기예금을 유도했다. 잘아는 지역 고령층이나 한글을 제대로 모르는 주민들에게는 도장이나 통장을 보관토록 하면서 "나중에 돈을 불려 돌려주겠다"며 오랜기간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해당 면 역사상 가장 피해 규모가 큰 사기 사건으로 주민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을 잘 아는 한 지역인사는 "오래전 부터 지역에서 말썽이 꽤 있어왔다"며 "워낙 조용하고 인정많은 시골이다보니 안면 때문에 알면서도 쉬쉬했고, 워낙 A씨 등이 잘 둘러대는 바람에 그냥 넘긴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는 커녕, 나이 많은 피해 주민들 중에는 바다에서 뼈빠지게 일해 번 돈을 몽땅 날리고도 자식들이나 이웃이 알까봐 지금도 말도 못꺼내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한편 '별정우체국'이란 1960년대부터 우체국이 없는 낙후된 시골지역에 우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정업무를 민간에 위탁 운영해 온 제도로, 가족에게 운영권까지 승계할 수 있는 '독립채산제' 형식을 띤 우체국이다.

<거제저널 제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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