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시민대책위 "반노동·친재벌 추악함만 드러났다" 규탄

지난달 31일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은 지 2년이 되면서 이를 반대하며 대우조선 정문 앞에서 시작한 천막농성도 2년이 돼가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지회의 천막농성 모습.
지난달 31일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은 지 2년이 되면서 이를 반대하며 대우조선 정문 앞에서 시작한 천막농성도 2년이 돼가고 있다. 사진은 대우조선지회의 천막농성 모습.

지난달 31일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은 지 2년이 됐다.

산업은행은 당시 6개월 안에 대우조선해양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매각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매각절차는 진행중이며 반대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는 추세다.

2019년 7월 대한민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 등 해외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중국·카자흐스탄·싱가포르는 기업결합을 승인했고, EU·일본·국내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직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중 단 한 국가라도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 인수가 무산된다.

이런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지난달 28일 서울 청와대 앞과 창원 경남도청 앞, 거제시청 앞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대우조선 특혜매각 발표 2년, 조선산업 발전 전망은 새빨간 거짓말, 반노동·친재벌 정책의 추악함만 드러났다'고 규탄했다.

대우조선지회는 2년 전 문재인 정부가 국내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대우조선 민영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는 전무했고 오히려 현대재벌 체제로 기자재 업체의 줄도산과 남해안 벨트 붕괴·국내 조선산업의 몰락으로 귀결되는 잘못된 정책임이 밝혀졌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 기간을 오는 6월30일까지, 신주인수권 취득 기한은 12월31일까지 연장할 것을 공시하고, 재벌총수의 재산 증익에 충성을 다하고 있다며 특혜매각을 강력 규탄했다.

회사 정문 앞 천막농성 636일째…대책위, 일지 적으며 투쟁 계속

2년 전 매각발표 이후 노동조합과 거제시민 등은 대우조선해양 불공정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를 구성하고 매각 반대 투쟁을 벌여왔다.

매각을 통한 민영화 방침이 발표되던 그날 대우조선지회는 '일방적 특혜 매각'이라고 규탄하면서 강력 투쟁을 선포했다. 시민들도 대거 동참했고,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지역경제계와 정치권도 한목소리를 내며 불공정 매각을 반대했다.

정부 정책이라는 이유 등으로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던 거제시도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명분 없는 매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변광용 시장은 노동조합·시민대책위와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공동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민대책위는 매각 발표 이후 2년 동안 반대투쟁 일지를 일일이 기록하며 사활을 건 투쟁에 나섰다. 

투쟁 일지에 따르면 2019년 2월부터 대우조선 매각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 구성에 들어가 3월4일 시민대책위가 출범했다.

2019년 2월 산업은행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고, 조합원을 상대로 '매각 반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92%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켜 한때 '재벌특혜 규탄 조선노조연대 공동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기자회견과 토론회는 물론 항의집회·규탄대회·서명·거리선전전·각종 문화행사·법적대응 등으로 투쟁을 이어갔다.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계속되는 시민대책위의 천막농성은 1일 현재 636일째 진행되고 있다. 이 천막농성장은 2019년 5월8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실사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매각 반대 투쟁의 현장이자 구심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 '법인분할 총회'를 열었고, 노동계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했다.

대우조선지회는 유럽의 기업결합심사에 노조측 의견서를 제출하고, '국민감사 청구 기각에 따른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했다.

시민대책위는 '조선산업 발전 전망은 새빨간 거짓말' '반노동·친재벌 정책의 추악함만 드러나' '재벌총수를 위해서라면 범죄도 서슴치 않는 문재인 정부' '혈세 부담은 국민에게, 이윤은 재벌총수 주머니로'라는 구호 등을 외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초 '거제시 정책 분야 과제 시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7.6%가 경제·산업 분야에 먼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중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조선소 및 협력사 직원 고용 안정(29.2%)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20.9%)를 꼽아 대우조선 매각 문제가 거제의 최대 현안 중 하나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대우조선지회의 투쟁 일지들.
대우조선지회의 투쟁 일지들.

6개월 내 완료 큰소리 쳤지만 아직 기업결합 심사조차 안 끝나

대우조선해양 매각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최대 승부처는 해외 기업결합심사다.

특히 경쟁법이 발달해 기업결합의 핵심국가로 분류되는 EU는 조선사들이 모여 있는 만큼 이해관계 또한 복잡해 이번 기업결합심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업계는 EU의 기업결함심사가 지난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코로나19 등으로 심사가 세 번이나 미뤄진 후 수개월 내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결합심사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일본·중국·카자흐스탄·싱가포르 등 6개국 경쟁 당국에 신청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무조건 승인' 결론을 내렸고, 2019년 10월 카자흐스탄, 지난해 8월 싱가포르도 결합을 승인했다. 이제 남은 곳 중에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심사를 세 차례 일시 유예한 EU의 승인 여부가 가장 관심사다.

공정위는 EU 심사 결과와는 별개로 국내 영향 관련 기업 결합 심사를 자체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결론은 수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업계 상황변화 등 더 살펴야 할 내용이 있어 최종 결론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지만, EU 눈치만 보면서 심사 결과를 고려해 발표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반대 투쟁에만 목메면 집토끼 산토끼 다 놓친다" 우려

대우조선 불공정 특혜매각으로 조선생태계 파괴와 지역경제 몰락을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산업은행 지분을 민영화 해 '대우조선해양 주인찾기'에 나서야 된다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식과 동종사 매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거제시민과 노동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대로 된 운영 주체를 찾아 회사도 살리고 지역경제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다. 아무런 준비 없이 밀실로 야합에 의해 진행된 매각이 아니라 조선산업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고, 이를 이루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대책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불공정 매각을 저지하는 게 우선이지만 이젠 반대투쟁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거제시와 대우조선해양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주인찾기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한 면밀한 논의가 있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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