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운 대우조선매각반대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김용운 대우조선매각반대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시장님, 어제 기자회견은 의외였습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반대, 원점 재검토 촉구'라는 내용이 좀 놀라웠습니다.  

청사 담벼락에 거제시 이름으로 내걸린 '대우조선 매각 반대' 현수막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팔아치우겠다는 산업은행의 발표가 있고 나서 여태 그런 현수막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무슨 일이지, 싶었습니다.

2019년 1월31일, 설을 불과 사나흘 앞두고 산업은행의 대우조선매각 발표가 있었지요. 시민들은 '멘붕'에 빠졌고, 그로부터 2년이 흘렀습니다. 거제시민은 매각반대시민대책위를 만들어 텐트농성에 돌입했고 대우조선 노동자는 파업으로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거제시민의 죽고 사는 문제에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이 있는 시장님이 적극 나서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럴 때마다 시장님은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히셨죠. 독립경영 보장, 고용안정 보장, 협력업체의 생태계보장 등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일방적인' 매각은 반대한다는 입장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온몸을 던져 매각을 막겠다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본계약 체결 후 내놓은 대국민 약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약속이 지켜질리 없다고 여기고 전면 반대투쟁에 돌입한 시민대책위와 대우조선노조와도, 매각 절차를 중단하라는 거제시의회 대정부 결의문과도 결이 달랐습니다.

설마하니 시장님이 대우조선 매각으로 거제시의 경제가 초토화되든 말든, 노동자의 고용이 안정되든 말든 관심이 없을 리가 있었겠습니까.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깊이 고민하고 밤잠을 설쳤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조선산업 재편 전략의 핵심인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합병을 대놓고 반대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이해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이 섭섭했고 때로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시민이 먼저지 정부와 당이 먼저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은 이러한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읽었습니다. 이런 저런 전제조건 없이 대우조선매각은 안 된다는 분명한 선언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의미 있는 전환입니다. 시민대책위나 노동조합, 시의회에 비해 행정 권력을 장악한 지방정부의 수장이 전면에 나서 매각반대 투쟁에 함께 한다면 그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간에 어떤 인식변화가 있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내년 선거 때문이라는 말들도 있지만 선출직 공직자에게 있어 그게 뭐 흠 잡힐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문제는 진심과 실천에 달려 있습니다.

시장님의 진심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어제의 기자회견이 매각발표 2주년을 맞아 무슨 말이라도 할 필요가 있어 한 의례적인 립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을 실천으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거제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특히 기업결합심사가 남은 해외 당사자국 중 유럽연합이나 일본에서 수주를 줄이라거나 시장점유율을 낮춰라는 등의 조건부 승인을 강요할 경우 그 피해의 화살은 고스란히 대우조선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사항전의 시기가 올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시민을 믿고 함께 가야 합니다. 산소호흡기 달고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시민들에게 대우조선 매각문제에 있어 시민들과 시장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 노동자와 시장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확인시켜 주십시오. 시민들이 환영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시장님, 풀어 놓았던 운동화 끈 다시 매고, 시민과 함께 갑시다. 대우조선 매각 철회, 그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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