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언 수필가전 거제대학교 교수
김복언 수필가/전 거제대학교 교수

너무 어렵다. 어릴 때부터 국어공부도 제대로 안된 자신이 혹여나 기회가 되면 외국인에게 우리말을 제대로 알려 주고 싶어 6월 하순부터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너무 어렵다.

한국 사람이 한국어를 배운다는 게 뭐 어렵겠느냐고 하겠지만 여간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우리는 중학교 때 초성·종성·불용성하고, 자음접변·구개음화 정도는 많이 들어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명확히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 동영상수업 120시간 중 이제 겨우 60시간 정도 강의를 들었지만 아직도 머리에는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세종임금께서는 훈민정음 28자를 반포하시면서,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 한나절에도 깨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깨칠 수 있는 쉬운 글자라고 하셨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더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현재 우리글은 겨우 자음 14개·모음 10개로 구성되어 사용하고 있다. 한국어의 어순은 주어+목적어+서술어다. 영어는 주어+서술어+목적어 순이다. 그리고 시제 표현은 영어보다 훨씬 구조가 복잡하고 더 어려운 것 같다.

음절의 구조는 초성은 18자음이고, 종성은 7자음(ㄱㄴㄷㄹㅁㅂㅇ)중 꼭 하나는 써야 하는 당연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연음·음운현상·탈락하는 음운도 있다(ㅎㄹ).

첨가(ㄴ)도 있고, 축약되면서 격음으로 실현되는 현상도 있고, 경음화·모음조음화·반모음 등 많은 방법도 쓰인다. 또한 외래어는 국어의 혼용으로 24자모만 사용된다.

우리글을 보다 쉽게 외국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로마자로 표현해 외국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2000년 7월에 고지했다. 우리는 문장을 쓰기도하고 발화를 하는데 쓰이는 여러 가지의 방법들이 많은데 나열하기조차 어렵고 복잡하다.

문법론·맞춤법·어휘론·의미론·화용론·대조언어학·사회언어학·외국어습득론·응용언어학 등 제대로 된 공부를 하려면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가끔 저녁방송에 우리말겨루기 프로를 보면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제시내용에 대한 의미를 요약해서 표현하는 단어 맞추기·신종어·맞춤법·사자성어·고사성어·간단 문장 제시로 띄어쓰기 등 갖가지의 방법으로 우리말 능력을 가리는 프로그램을 보곤 했었다.

만약 이런 방송을 외국인이 봤다면 외국인에게는 신기하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대로 국어공부를 안했을지라도 생활하면서 듣고 쓰고 배우고해서 잘 사용하는 것은 이빨 사이에 낀 밥티가 자고나면 삭아 없어지듯이 우리생활 속에 녹아 있어 수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과학적인 규칙을 모르고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생각되는데 어떻게 하면 잘 이해시키고 가르치기 위해서는 많은 문법론과 언어학들을 제대로 된 연습을 시키면서 체득을 통해 전수돼야 할 것이다.

"단어들은 나무의 잎사귀들과 같다 그래서 그것들이 가장 풍성한 곳에서는 그 아래에 있는 많은 의미의 열매들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어느 외국인의 시적인 논평에서도 말했듯이 정말로 한국어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무척이나 어려운 언어라고 이해될 것이다.

다가오는 567주년 한글날에는 우리말퀴즈대회라도 출연해 보았으면 좋겠지만 언감생심 그런 건 꿈일 게다. 차라리 빠지지 않고 방송을 보면서 선인학자들의 한글창제 과정의 고초를 되새기고 고마움을 느끼면서 한국어 공부를 계속 해보고 싶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