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금주령 '낮술금지'
현대판 금주령 '낮술금지'
  • 윤일광 칼럼위원
  • 승인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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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부터 1933년까지 13년간 미국에서는 술이 금지됐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으로 술을 금지한 유일한 사례다. 표면적으로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사회적 문제해결을 내세웠지만, 내면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이민자들이 미국의 주류제조업을 장악하자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 금주법은 미국여성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1920년 이전 미국선거는 개인별 투표권이 아니라 가구당 투표권을 주었기 때문에 선거에는 대부분 가장인 남자들만 참여했다. 여성운동가들이 줄기차게 평등권을 주장하여 1920년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다. 이에 미국 여성들이 단합해 본때를 보인 것이 수정헌법 제18조 금주법 통과였다. 남자들의 술주정하는 꼴을 보지 않게 되자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술이 지하로 숨어들자 술값이 전에 비해 엄청 뛰었다. 술 없는 세상을 바랐던 주부들은 남편들의 엄청난 술값지출 때문에 오히려 불평이 늘었다. 자연히 비위생적인 싸구려 밀주가 성행했고, 가난한 술꾼들은 메틸알코올을 마시고 죽는 일까지 빈번하게 발생했다. 조직폭력배들은 주류사업 이권다툼으로 살인 등의 강력범죄가 늘어났다. 금주법은 알 카본 같은 갱단과 마피아들만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 줬다. 그러다 결국 1933년 금주법은 폐지되고 만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흉년이 들면 술을 빚거나 팔지 못하도록 금주령을 내렸다가 형편이 나아지면 풀어 주었다. 그런데 왕위 53년간 술과의 전쟁을 치른 왕이 영조임금이다. 제사에도 감주를 쓰게 했고, '금란방(禁亂房)'이라는 특수수사대를 만들어 법을 어긴 자를 색출했다. 여기에 걸려들면 사형까지 내렸으니 영조시대 술을 마신다는 것은 목숨을 내건 모험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 순천시가 전국 최초로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식당에서 술을 팔면 처벌을 받는 '낮술 금지령'을 내렸다. 대명천지 자유국가에서 별꼴을 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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