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에 앉은 여자에게 술잔을 건네며 "누님, 오늘 따라 예쁘십니다" 하고 능글거리면, 여자가 "어디서 허튼 수작질이야" 하고 눈을 흘긴다. 어떻게 해 보겠다고 속에 없는 말로 꼬시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는 뜻이다. '개수작'이라는 더 심한 소리를 듣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다.

이럴 때 '수작'이라는 단어는 억울하다.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오늘날에는 뭔가 좋지 않은 일을 꾀하거나, 엉큼한 속셈을 갖고 하는 말이나 행동을 뜻하기 때문이다. 말은 들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수작'이라는 말은 결코 기분 좋은 말이 아니다.

수작(酬酌)이라는 한자에는 모두 닭을 나타내는 유(酉)가 들어간다. 이 닭 유(酉)라는 한자는 본래 배가 잘록하고 밑이 뾰족해 모래나 진흙 바닥에 꽂아두기 좋도록 만들어진 술독 또는 술단지를 그린 상형문자에서 왔다. 따라서 유(酉)는 술과 깊은 연관이 있는 글자이다.

수작(酬酌)은 '수(酬): 주고 받고' '작(酌): 따른다'이니 술잔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양을 말한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라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 그리웠던 친구와 주안상을 마주하고 앉아 "이 사람아 멀리서 찾아줘 고맙네. 내 술 한잔 받게" "이렇게 반겨주니 고마워이. 내 잔도 받게" 이렇게 만나면 술잔을 주고받는 것이 수작이다. 수작은 하나의 우리 문화였다. 가난해서 술이 없으면 백탕(끓인 물)이라도 앞에 놓고 수작했다.

수작과 같은 말이 대작(對酌)이다. 이 또한 요즘은 크게 취하도록 마신 것을 '대작(大酌)'이라고 하는데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짐작(斟酌)은 술병 속에 든 술의 양을 가늠해 본다는 것이고, 작정(酌定)은 술을 넘치지 않게 알맞게 따르는 것이고, 참작(參酌)은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주는 것을 말한다. 모든 것은 술이 기준이다.

경자년 한 해를 보내며 좋은 사람과 수작이나 했으면 좀 좋으랴.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