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달나라 신천지’ 전시 못하게 일방적 취소”
지부 “코로나19 확산 예방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서예거제지부가 발간한 '제16회 거제지부전' 도록.
서예거제지부가 발간한 '제16회 거제지부전' 도록.

지난 2일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서예협회 제16회 거제지부전이 전시일 당일 갑자기 취소된 사실을 두고 예술작품에 대한 검열과 창작‧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거제지부 회원 A씨가 출품한 서예 작품이 정치성이 강하고 대통령 비하내용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 등에서 시작됐다.

문제의 작품은 ‘달나라 신천지’라는 제목으로 현 세태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을 출품한 서예가 A씨는 “예술가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한 예술작품인데도 정치성이 강하다는 이유 등으로 전시를 못하게 했다”면서 “(자신이) 강하게 반발하자 거제지부는 후폭풍 등을 우려해 전시회 자체를 취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작품을 빼고 전시하자니 작가의 거센 반발과 후폭풍이 예상되고, 또 그 작품을 함께 전시하자니 또 다른 파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제지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아예 전시회 자체를 전면 취소했다는 것이다.

반면 거제지부는 특정 작품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전시회 취소 이유를 밝혔다. 특정 작품 때문에 전시회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A씨는 작품 도록까지 배포되고 대부분의 전시회 계획들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전시회 당일 일방적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면 취소를 통보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누가 보더라도 특정 작품의 전시를 막기 위한 거제지부의 자체 검열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전시회 보조금을 지원하는 거제시가 문제의 작품과 관련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제지부에 통보하면서 압력을 행사했거나 입김을 작용, 내년 보조금 지원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 지부가 코로나를 핑계로 전시회를 갑자기 취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 확산 방지가 이유였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작품을 전시 못하게 하기 위한 일방적인 조치였다는 것이다.

A씨는 “주최측이나 거제시의 입맛에 거슬리는 작품을 배제하겠다는 발상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라면서 “예술가라든지 뭔가를 표현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위축되는 상황은 문화나 예술 발전에 독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작품도록을 본 시민 B씨는 “예술창작과 표현은 자유다. 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면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A씨의 작품은 ‘현 세태를 풍자’한 서예 작품이라기보다는 무조건적인 현 정부를 비판한 그림으로 밖에 안보인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올해 16회째를 맞는 거제지부전은 거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열릴 예정이었다.

이 전시회는 거제시 문화예술부문 지방보조금 공모사업으로 서예협회 거제지부가 해마다 개최하는 전시회로 거제지역 서예인들의 창착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거제시 문화예술 부문 지방보조금 신청 공고에는 특정 종교단체의 교리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행사‧사업이나,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하는 단체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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